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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소설 결론 바꿔 써보기, 주인공 인터뷰하기…무궁무진 재미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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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려면 독서 후 ‘뒷이야기 지어내기’를 시켜보자. 왼쪽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동화책을 읽는 장면.[중앙포토] 오른쪽은 맥스 벨트하우스의 동화 '사랑에 빠진 개구리'와 뒷이야기 중심으로 작성한 독서록.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방학숙제 중 ‘대표선수’를 꼽으라면 독서기록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낀 점을 쓰라고 하면 책 좋아하던 아이도 얼마 안 지나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기 십상이다. 서울 거원초등학교 최정숙 교사는 “처음부터 글을 쓰라고 시키지 말고,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읽고 난 후 2∼3줄 정도의 간단한 메모를 남기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주인공에게 편지쓰기나 제목으로 삼행시 짓기, 책과 관련된 인터뷰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라는 것.

 본지에 독서지도칼럼 ‘KISS A BOOK’을 연재 중인 동화작가 임사라씨는 “주인공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 인물의 입장까지 두루 생각해보면 아이들마다 엇비슷한 ‘붕어빵 독서록’을 쓸 염려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임씨의 도움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고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도 할 수 있는 독서록 작성법을 살펴본다.

# 독서기록에도 펀(fun) 기법을!

 아이들은 뭐든 재미만 있으면 의욕이 샘솟는다. ‘그림 문자 섞어 쓰기’는 책 문장에 나오는 사물을 그림으로 바꿔 글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아이마다 독특한 상형 문자를 창조해 상징적인 그림을 그리다 보면 독서록 작성이 더욱 즐거워진다.

 예)『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제인 레이, 마루벌)-하나님은 넷째 날 해(해 그림)와 달(달 그림)과 별(별 그림)들을 하늘에 두셨다. 다음날 물고기(물고기 그림)와 새(새 그림)를 창조하셨다. 여섯째 날 코끼리(코끼리 그림)와 뱀(뱀 그림)과 남자·여자(남자·여자 그림)도 만드셨다. 하나님은 참 멋있다.

 아이가 평소 책을 건성으로 읽는다면 ‘독서 퀴즈 만들기’도 유용하다. 문제를 내기 위해 책장을 다시 넘기고 내용을 확인하면서 책과 친해질 수 있다. 문제 출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상상을 요하는 질문도 포함시키도록 한다.

 예)『아기 너구리네 봄맞이』(권정생, 길벗어린이)-문제 1. 아기 너구리의 집은 어디였나요? (답: 산속의 땅굴) 문제 2. 너구리 가족은 겨울 동안 무엇을 했나요? ① 사냥을 했다 ② 겨울잠을 잤다 ③ 여행을 갔다 (답: ②번)

다음은 ‘제목으로 삼행시 짓기’.
제목은 책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잘 활용하면 독서기록이 쉬워진다. 재치 있는 문장 만들기에 그치지 말고, 시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구조가 되도록 꾸며 본다. 꾸준히 연습하면 스토리 구성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앞 글자로 시작하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으면 사전을 찾아보게 한다.

 예) 『아파트 꽃밭』(이상권, 보림) -‘아’: 아저씨가 놀이터에 여러 가지 꽃을 심었어요. ‘파’: 파릇파릇 잎사귀가 돋아났어요. ‘트’: 트럭도 예쁜 꽃을 보고 멈췄어요.

# 생각하는 힘, 글 쓰는 능력 쑥쑥

 어느 정도 책 읽고 기록 남기기에 익숙해졌다고 판단되면 ‘인터뷰하기’를 시도해본다. 내가 직접 기자가 돼 질문하고, 동시에 독자 입장에서 답하는 형식이다. 동화 속 인물이나 지은이가 돼 대답해 보면 더 재미있다. 포괄적인 질문은 추상적인 대답을 낳으니 피하는 게 좋다. 사건 전개, 인물의 행동이나 감정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실증적인 답을 요약해 보며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예)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데이비드 스미스, 푸른숲)-기자 : 어떤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나: 100명 중 21명이 중국어로 말한다는 얘기를 듣고 중국 인구가 참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기자 : 26명이 영양실조인데, 느낀 점은? 나: 불쌍하다고 생각합니다. 밥 투정을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결말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 이야기라면 ‘뒷이야기 지어내기’를 해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준다.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일단 말로 표현해 본 후, 그 내용을 기록하게 하자. 단단한 논리의 뼈대가 상상력의 비약을 받쳐 주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예) 『사랑에 빠진 개구리』(맥스 벨트하우스, 마루벌)
 사랑에 빠진 개구리와 오리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오리는 데이트하던 개구리가 핫도그를 사주자 감동을 받아 청혼했다. 둘은 결혼을 하고 오리는 알을 낳았다. 50일 후 ‘오구리’가 나왔다. 그래서 아기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김혜원 패밀리 리포터 emmaus72@hanmail.net

 느낌이 살아 있는 독서록을 쓰려면

▶상장 만들기-상을 받는 인물과 상을 주는 이유가 잘 드러나도록 쓰고, 도장을 찍어 상장 분위기를 살린다.

▶마인드맵 그리기-이야기를 인물·사건·배경으로 구분해 그 느낌을 핵심 단어나 이미지로 표현한다.

▶도서 광고 꾸미기-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리고 광고문을 쓴 후, 지은이와 출판사, 책 가격을 써 넣는다.

▶동시로 표현하기-책을 읽고 느낀 점을 의성어나 의태어로 나타내고 운율을 살려 시로 써 본다.

▶‘내가 만약’으로 시작하기-내가 만약 작가였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 본다.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각 인물의 행동에 찬성이나 반대하는 점을 찾아서 내 의견을 전달한다.

(도움말=동화작가 임사라씨, 서울 거원초등학교 최정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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