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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이 흔들린다|"독일 자부심" 타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유럽 자동차 시장을 이끌며 독일 기계 공업의 자부심으로 명성을 떨쳐온 폴크스 바겐(VW)사가 덜컹거리고 있다.
55년 이미 1백만대 생산을 돌파한 VW는 60년대부터 전세계로 수출을 시작, 70, 80년대를 거쳐 유럽 제1의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며 VW신화를 쌓아나갔다.
VW는 지난해 3백50만대를 생산해 물량 면에서 전세계 네번째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 통일 독일의 전체 경제 생산성 중 3%를 떠맡아 독일 경제의 주춧돌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VW는 비능률과 고정 비용의 증가로 매출 순익은 뚝 떨어짐으로써 「유럽의 포드 자동차」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총 매출액 8백54억 마르크 (한화 약 41조원) 중 순이익금은 전년도보다 무려 87%나 떨어진 1억4천7백만 마르크에 불과했고, 올 1·4분기에는 이미 12억5천만 마르크의 적자를 냈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판매 신장세가 각각 1%와 8% 정도 떨어진 반면 독일에선 무려25%가, 유럽 전체로는 17%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VW는 인원 감축과 비용 절감을 통한 감량 경영을 펼치는 한편 임금이 싼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시도하는 등 경영 합리화를 위한 대대적 수술을 벌이고 있다.
VW는 우선 올해 2만명을 감원하며 97년까지 전세계 27만4천명의 직원 중 3만6천명을 해고할 방침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VW 볼프스부르크 공장은 비능률·비효율 때문에 부품 결함률은 높아지고 돈만 잡아먹는 「공룡」으로 변해 올들어 생산성이 18%나 떨어졌다. 이미 5만7천 노동자 중 5천명을 감원했다.
그러나 인력을 무작정 줄여나갈 수만도 없는 처지다. 독일 노동법은 노동자를 해고할 때 충분한 실직 수당을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1명에 50만 마르크의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더구나 볼프스부르크 등 VW의 4개 주력 공장이 위치해 있는 니더작센주는 VW의 20% 지분을 갖고 감원에 반대, 노동자들 편을 들고 있어 VW의 경영 개혁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때문에 VW는 외국 공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VW가 90년 인수한 체코의 슈코다 자동차는 지난해 18·5%나 성장했으며, 임금이 독일 노동자에 비해 10분의1 밖에 되지 않는다. VW가 구 동독 모젤에 계획했던 새 공장을 철회하고, 포르투갈에 소형 승합차 조립 공장을 추진중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승용차는 현지 시장의 32%를 점하고 있고 지난해 6만5천대를 생산, 전년 대비 86% 신장률을 보인 중국의 경우도 오는 96년께 독일·이탈리아에 이어 VW의 세번째로 큰 생산 및 시장 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VW는 이와 함께 부품·서비스에 들어가던 연간 5백억 마르크의 비용을 삭감키로 했다. 엔진·기어·차체·도색 등 핵심 공정에만 주력하고 나머지 부품은 외주를 넓혀 하청 업체들의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와 품질 향상을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또 자본 투자금을 전년도에 비해 절반 밖에는 안되는 60억 마르크로 낮추고 지난해 11마르크였던 배당금을 2마르크로 무려 80%나 깎아버리는 한편 아홉 단계로 분산돼 있던 관리 구조를 세단계로 대폭 축소했다.
VW는 이제 성능은 비슷하면서 상표만으로 프리미엄을 얻던 시대는 끝났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페르난트피해 신임 사장은 VW가 80년대 호경기를 놓치는 바람에 경영 합리화와 구조 재조정에 실패했다고 진단하고, 올해 말까지 손익 균형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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