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실험」싸고 갈등 증폭/NPT연장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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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월시한부 끝나면 재개희망/미보유국중심 반대여론 확산
지난 10일부터 5일간 유엔본부에서 열렸던 핵확산금지조약(NPT)준비회의는 95년에 만료되는 NPT조약의 연장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제1차 준비회의였으나 한국으로서는 북한핵문제가 걸려 있어 비상한 관심이 가는 회의였다.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거부와 관련,북한이 NPT탈퇴선언을 하고나서도 이번 회의에 계속 대표를 참석시켰다는 점에서 북한측의 태도변화 신호가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NPT회의가 갖는 의미는 미국의 핵실험재개가 끼칠 영향을 비롯,보다 포괄적인 것이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의 관계자는 이회의에 대해 『탈냉전시대 속에서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나가는데 정치안보적으로 가장 주요한 이슈가 바로 NPT문제나 그동안 한국은 NPT에 대해 너무 소홀하게 여겨 왔다. 이번 회의도 겉으로는 단순한 절차상의 협의로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국가간의 상당한 갈등의 소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NPT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갈등이란 핵보유국과 미보유국사이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NPT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핵무기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에대해 핵무기보유국쪽에서는 무엇보다 새로 핵을 보유하는 나라들이 더이상 못 나오도록 막는데 역점을 두어 왔던 반면,미보유국들은 보유국들이 핵실험부터 하지 않아야 된다고 주장해왔다.
핵미보유국들은 더욱 이 핵무기개발을 포기하는 대신,평화적인 핵이용관련 기술이전이나 지원을 요구,많은 국가들의 동조를 얻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은 갈수록 난처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미입장을 측면지원,공동보조를 취할 소련도 없다. 조지 부시 전미행정부의 시한부 핵실험중지조치가 오는 7월1일 끝나게 됨에 따라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핵실험 재개」방침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미국의 핵실험재개가 불발로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 역시 만만치 않다. 국제여론의 압력은 물론이고 미국내에서 조차 기존의 「핵꾼」들에 대한 비판세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NPT회의가 미국을 꼬집어서 핵실험 금지를 촉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보유국들이 논리적 무장이나 분위기조성을 통해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도 바로 이런 점에서 다시 한번 좌절감을 맛보았을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개발에 관한 국제적인 분위기로 볼때 북한은 핵문제관련 지금까지의 주장에 한가닥의 호응도 얻을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미국은 출발점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이번 NPT회의를 계기로 함께 난처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유엔본부=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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