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조원 철수 … 의사들이 외래 접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22일째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노조원들이 31일 사측의 직장폐쇄 신고에 따라 집회 장소를 연세대 교내로 옮기고 있다. 노조원들은 파업 이후 병원 3층 로비에서 집회를 열어 왔다. [사진=변선구 기자]


31일 오전 8시 신촌세브란스 병원. 22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던 노조원들이 깔개와 확성기를 승합차에 옮겨 싣느라 분주했다. 사측이 파업 노조원의 병원 출입을 막는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노조원들은 집회장을 연세대 교내 언덕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병원 파업이 격렬해지면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로 파업을 중단시켰기 때문에 직장폐쇄까지 간 경우는 없었다.

담낭암 투병 중인 부인을 간호하는 신연권(58.서울 금천구)씨는 "그동안 소음에 시달렸는데 오늘은 조용하다"며 "오랜만에 환자가 안정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씨의 부인은 애초 6월 말 2차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으나 파업 때문에 지난달 20일에야 입원했다.

병원 측이 직장폐쇄를 한 것은 수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30% 수준까지 내려갔던 병상 가동률을 31일 47%까지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진료를 하지 않던 연세대 의대 소속 교수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오전.오후 20명씩 조를 짜 외래 환자를 안내하거나 접수를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에 따른 손실이 지난해 흑자 규모인 200억원에 육박해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자 보호자인 신씨는 "지난주에는 수액이 새도 즉시 조치가 안 돼 애를 태웠는데 오늘은 바로 간호사가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 정상화에는 한계가 있다. 평소 하루 180건씩 하던 수술은 절반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은 난항=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졌으나 사측은 노조가 붙인 벽보나 집회 연단을 철거하지 않았다. 노조는 직장폐쇄 조치 해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협상도 결렬됐다. 노조는 간호사 확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6인용 병실의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가 복귀했으나 여전히 1800여 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정도로 강경하다. 노조 측은 특히 1일 영동세브란스 병원에 집결해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큰 혼잡이 우려된다.

병원 측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간호사 확충은 병원 경영 상황을 봐 가면서 단계적으로 할 일이지 노사 협상으로 정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영훈 기자<filich@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직장폐쇄=노동조합이 파업.태업을 할 경우 사용자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공장이나 작업장을 폐쇄하는 것이다. 현재는 합법 파업일 경우만 직장폐쇄가 가능하다. 불법파업에 대항한 직장폐쇄는 내년부터 가능하다. 직장폐쇄는 보통 파업에 참여 중인 조합원에 한해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거로 인한 업무방해를 막기 위해 직장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쟁의행위가 없을 때 행해지는 공장폐쇄나 폐업과 다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