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의 '반값 골프장'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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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작이 어려운 농지에 '반값 대중 골프장'이 들어서게 된다. 회원제 골프장에는 보유세와 특별소비세를 깎아주고 요트.크루즈와 같은 선진국형 해양 레저스포츠 시설도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30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비스 산업이 미래 경제의 대안'이라는 권오규(사진) 경제부총리의 소신이 담겨 있다.

◆권 부총리와 '반값 골프장'=골프장 건설.운영 규제를 없애는 방안은 현 정부 초부터 추진됐다. 국내인이 골프 관광에 쓴 돈만 지난해 11억8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사치'라는 국민정서에 밀려 골프장 규제완화는 번번이 좌절됐다. 곧잘 골프를 즐겼던 권 부총리는 부총리 취임 직후 "재임기간 중에 가급적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 약속을 지키는 대신 골프장 규제완화를 밀어붙여 결실을 거둔 것이다.

정부의 이번 카드에는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꼽혀온 농지까지 골프장으로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산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어차피 농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경작이 어려운 농지에 대중 골프장을 만들면 농민도 살고 골프 관광으로 나가는 외화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애초 이 아이디어는 농림부가 냈으나 이를 정부 정책으로 밀어붙인 건 권 부총리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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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골프장은 어떻게 지어지나=지금까지 골프장을 지으려면 건설사가 농지를 사야 했다. 이 경우 건설사는 농지 공시지가의 30%에 달하는 농지전용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농민도 양도소득세를 문다. 이 때문에 농지에 골프장을 짓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앞으로는 농민이 농지를 현물로 출자하고 그 땅에 대중 골프장을 지을 수 있게 한다. 이 경우 각종 부담금과 세금을 안 내도 돼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수요조사를 해 대중 골프장을 몇 곳이나 지을 수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선진국형 해양 레저스포츠 시설도 늘린다. 내년 하반기까지 '마리나 개발 기본계획'을 세워 현재 3개뿐인 요트 계류 시설을 늘리고, 운항 가능 지역도 넓힐 계획이다. 크루즈 관광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현재 하나뿐인 크루즈 전용 부두를 2020년까지 제주.인천 등 6개 무역항(8개 선석)으로 늘리고, 선박 취득 규제도 완화한다.

◆반값 골프장 성공할까=정부는 농지에 대중 골프장을 건설하는 등 2차 대책을 구체적인 프로젝트 중심으로 짰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관련 업계는 골프장은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에 골프장을 지을 만한 충분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골프장이 망하면 땅을 날릴 수밖에 없는데 땅에 대한 집착이 강한 한국의 정서를 감안할 때 농지를 출자할 농민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현주 수석연구원은 "지방 골프장 이용객이 이미 줄고 있다"며 "농지에 골프장을 지어도 숙박시설 등 부대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김은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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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재정경제부 장관(부총리 겸임(제6대))

1952년

[現] 삼성경제연구소 컨설팅센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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