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시인 김지하 TV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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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70년대 대표적인 저항시인 김지하씨가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한다. 김씨가 출연하는 프로는 9일 밤 8시에 방송되는 KBS-1TV 『다큐멘터리 극장-김지하의 오적 필화사건』. 김씨는 여기에서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부패한 시대상을 증언한다.

<드라마요소 가미>
『다큐멘터리 극장』은 광복이후 현대사중에서 왜곡되고 의혹에 싸인 역사적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프로로 증언자 인터뷰 등 다큐멘터리적인 요소와 드라마가 혼합된 형태.
『다큐멘터리 극장』이 첫 작품으로 내놓은 「오적필하사건」은 소재가 해방이후 대표적인 필화사건을 다룬다는 점 이외에 프로그램 구성에서도 『판소리 오적』의 내용에 맞춰 당시의 부패상을 보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판소리 오적』은 『담시 오적』을 그대로 판소리로 만든 것으로 최근 공륜에서 「욕설이 많다」는 이유로 음반 출반이 불허 됐었다.
그러나 이 프로에서는 공륜에서 문제가 된 욕설 부분은 삭제한 채 『담시 오적』에서 다섯 부류의 도둑으로 규정한 재벌·장차관·고급공무원·국회의원·군장성의 부패 실태를 보여주면서 내레이션과 같이 중간중간 삽입된다.
이 프로에 소개되는 판소리오적은 욕설부분만 빼면 70년대 지도층의 부패실태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담시 오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구나 현재 새 정부의 개혁작업이 가속화되면서 속속 지도층의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 『담시 오적』의 내용과 비슷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작진들도 이러한 시의성을 감안, 화면으로는 현재의 부정사건을 다루지 않겠지만 진행자인 고원정씨의 대사를 통해 현재의 지도층 부정과 「오적필화사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프로그램의 현실감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다큐 70%, 드라마 30%로 구성된 「오적필화사건」은 드라마부분의 김지하 역에 외모가 닮은 연극배우 이도련이 출연. 증언자로는 김상현·조윤형 국회의원, 김승균 당시 『사상계』편집장, 김지하의 부인 김영주씨, 한승헌 변호사, 목요상 당시 판사 등이 나오며 판소리는 가면극연출가 임진택씨(민예총사무총장)의 목소리로 소개된다.

<생명사상에 관심>
한편 김지하씨는 이번 출연을 계기로 TV에 출연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전에 토크쇼에 출연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면서 『앞으로도 증언을 필요로 하는 인터뷰 외의 TV출연은 하지 않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현재 투옥 중에 얻은 폐결핵이 악화돼 목동 전세 아파트에서 요양하면서 생명사상과 관련된 글을 조금씩 쓰고있으며 부인이 대학강사로 버는 돈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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