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극동지역 한국투자유망지를 가다:하/블라디보스토크시=오체영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중,농업지구·항구 개발에 앞장/우리도 산업기지 확보 서두를때
중국·동남아가 한창 불붙고있는 투자진출지역이라면 러시아 극동지역은 아직 미개척시장이지만 새로운 투자유망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연해주·하바로프스크주등 7개주가 있는 극동지역은 총면적이 남한의 63배인 6백20만평방㎞로 광대하고 수산·산림·석탄등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한데다 육로로는 러시아내륙·유럽지역,해로로는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다.
또 지난 91년부터 중국의 연길,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북한의 청진등 3개지역을 잇는 두만강개발계획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아래 논의중에 있어 극동지역은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있다.
동해로 곧바로 빠지는 직항로를 구하려는 중국과 러시아,중국내륙진출요로를 확보하려는 일본의 투자진출이 활발하고,극동지역과 맞보고 있는 미국도 이에 뒤질세라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작년말까지 이 지역에는 중국 1백93개,일본 1백11개,미국 99개기업이 각각 진출했고 중국은 자루비노항의 일부 이용권을 얻었다.
우리나라도 아직 걸음마단계지만 작년말까지 삼성물산·현대종합상사·럭키금성·대우·고합등 대기업들과 홍중물산등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연해주에 9개,하바로프스크에 14개,사할린에 5개등 총28개기업이 지사를 운영하거나 투자 진출해 있다.
두만강개발계획 소삼각권역의 러시아측 항구인 자루비노와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러시아인들이 쌍용자동차의 코란도나 현대자동차의 뉴그랜저를 타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섬유업체인 동호인터내셔널은 최근 보스토치니항주변의 5층건물 일부에 봉제공장을 만들기로 하고 준비중이다.
물론 극동지역은 아직 용수·통신시설등 사회간접시설이 부족하고 치안문제도 불안한데다 러시아인들사이에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의 부작용들이 적지않게 남아있어 단기적인 투자진출에는 걸림돌이 적지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지의 평균월급은 2만5천루블(30달러)로 싸지만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은 높지 않다. 지난해 현지기업과 5대5의 비율로 총2백50만달러를 투자,명태잡이회사를 설립한 동원산업의 한관계자는 『기술수준이 낮아 현지에서 잡은 고기는 한국에서 제가격의 80%정도밖에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극동지역이 환동해경제권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점에서 일본·중국등이 러시아측의 항구개발에 적극 참여,임대권을 따내거나 자국민을 위한 농업지구 등을 건설하는등의 「거점전략」을 활발히 쓰고있는 것과 같이 우리도 장기적인 진출전략을 시급히 세워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범선대한무역진흥공사 블라디보스토크무역관장은 이에 대해 『상품교역보다 급격히 바뀔 동북아시장권을 겨냥해 산업기지 확보를 위한 전략차원에서 정부·업계가 장기적인 투자진출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