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에 전권… 원초적 비리소지/군인사 난맥상 살펴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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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심사위원 지명… 「별값」·외압·정실따라 “낙점”/이름뿐인 3심제… 출신·기수별로 미리 안배
김종호 전해군참모총장의 진급인사관련 뇌물수수사건을 계기로 군장성·영관급의 인사난맥상이 마침내 도마위에 올랐다.
사실 그동안의 군인사는 90년부터 육·해·공군 모두 3심제를 채택하여 왔음에도 출신·기수·지역별 나눠먹기식으로 얼룩져왔다.
게다가 김 전총장의 예와같은 「별값」 흥정,정치권력의 입김과 정실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음도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다.
현행 군진급심사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심사위원을 각군 총장이 지명하는 등 각 총장에게 사실상 전권을 부여한 점이라 하겠다.
육·해·공군은 이것이 물의를 빚자 90년부터 단심제를 보완,3심제를 실시해 왔다.
○90년부터 3심제
3심제란 군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1명의 범위내에서 갑·을·병의 3개 심사위원회를 구성,이들 위원회에서 진급대상자를 선발하는 제도. 육군의 경우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3개추천위원회가 진급대상자를 일단 추천하면 갑 위원장과 각조의 2명씩으로 구성된 선발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때 3개조에서 동시추천된 사람은 자동적으로 진급하고,1∼2회 추천자는 재심사해 결정하게 된다.
공군의 경우는 진급대상자의 소속병과 및 타병소속 심사위원이 각각 1심,2심을 하고 나면 1,2심사위원보다 계급이 높은 3심에서 최종 심사를 하고있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의 계급은 대상자의 계급보다 한계급 높고 심사위원장은 두 계급 높은 사람이 맡는게 관례로 돼있다.
○검증장치도 없어
이번에 문제가 된 89,90년의 해군 진급심사는 준장진급자의 경우는 모두 단심제로 이뤄져 그만큼 총장의 입김이 셀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90년 인사부터 각군이 3심제를 실시해왔지만 해군은 이해에도 장성이 적다는 이유로 단심제를 채택,당시에 벌써 의혹을 불러 일으켰었다.
물론 현 군인사법에는 각 진급심사위원회는 3∼21명으로 구성하도록 규정돼있고 나머지는 각군 총장이 재량권을 갖고있어 군법으로는 하자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90년당시 해군은 2심제를 채택할수 있었음에도 단심제로 심사,총장의 낙점이 곧 진급이란 등식이 성립할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와함께 3심제도 여전히 심사위원을 각군 총장이 지명하게 돼있어 객관성이 완전히 보장되는 제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진급심사의 객관성을 검증할수 있는 사후평가 등의 제도적 장치도 전혀 없다.
3심제가 90년부터 실시돼 오고 있음에도 진급심사를 둘러싼 인사비리설이 계속됐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군인사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그나마 이 3심제 마저도 허울에 불과하다는데 있다. 진급심사에 앞서 대상자들 거의가 미리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육군의 경우 심사에 들어가기전에 앞서 먼저 육사·비육사 등 출신별로 나눠 진급대상자를 정한뒤 육사의 경우 기수별 안배,비육사출신의 경우 갑종·ROTC간의 안배가 이뤄지는게 관례로 돼있다고 한다.
하나회나 9·9인맥 등 군내 사조직이 설치고 출신지역과 학교에 따른 정실과 정치권 입김까지 얽혀들게 돼있는 것이다.
때문에 군인사법에서 진급대상자를 선발하는데 참조하는 ▲경험한 직책과 군사교육을 따지는 경력 ▲근무평정·상벌 등의 복무성과 ▲신체조건·품격 등 기타항목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들 심사항목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만고만한 진급대상자간에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3단계의 심사를 거친다해도 3심제는 사실상 나눠먹기식의 요식행위에 불과한 셈이다.
○심사과정은 극비
육군의 한 관계자는 『지연·학연 등 고질적 부조리외에 1,2,3군별 및 병과별 안배문제까지 감안해 사전에 진급정원이 결정되는데다 심지어 육사기수별 동기회의 의견까지 제시되는 판에 3심제란 허울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진급심사과정의 폐단은 육군뿐 아니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해·공군도 마찬가지.
이름뿐인 3심제외에도 군진급심사의 공정성·객관성을 검증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동안 군진급심사 과정은 극비에 부쳐져 왔으며 심사결과에 대한 감사는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급기관인 국방부에 각군의 인사를 감시할수 있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3심제의 제도적 보완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군안팎의 지적이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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