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SK케미칼 분가 시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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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태원 SK 회장은 자신이 보유해 온 SK케미칼 지분 5.86%(121만4269주)를 시간외 거래를 통해 주당 8만510원에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분산해 전량 매각했다. 이 일이 SK 오너 사촌형제 간 계열 분리의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SK 측은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서 자회사로 편입하지 않은 회사의 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보강하고 지주회사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 회장이 SK케미칼의 경영에 형식적으로나마 간여하는 것으로 돼 있던 모양새를 이번 지분 매각으로 깨끗이 털어 버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계열 분리 수순인가=이 때문에 최 회장의 주식 처분은 SK케미칼·SK건설을 계열 분리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이달 초 SK에너지·SK텔레콤·SK네트웍스 등 7개 자회사로 구성된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SK케미칼과 SK건설을 자회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SK케미칼의 최대 주주는 최창원 부회장으로 전체 지분의 8.85%(보통주 기준)를 보유했다. SK케미칼은 SK건설의 주식 58%를 보유해 SK케미칼과 SK건설에 대한 지배권은 사실상 최 부회장이 가지고 있었다.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창업주인 최종건 전 회장의 아들이자 최신원 SKC 회장의 동생이다. 최종현 SK그룹 2대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이 때문에 사촌 간 SK그룹의 경영 체제를 분할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SK건설이 상장되면 자연스레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는 구도”라는 말이 떠돌았다.

◆공정위 신청 전까지는 계열사= 계열분리될 경우 SK 브랜드를 쓰지 못하게 되는 문제는 어떻게 될까. SK케미칼과 SK건설이 이름을 바꾸고 SK와 연을 떼면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K그룹 측은 계열분리나 분가 소문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SK케미칼 관계자도 “당장에 SK그룹과의 결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용 SK 기업문화실장은 “계열 분리나 분가 등의 수순을 생각했다면 매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했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경영 측면에서는 주식을 많이 보유한 최창원 부회장의 입지를 강화해주면서 SK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이나 SK건설이 SK라는 브랜드 대신 독자적인 브랜드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SK그룹은 이달 초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하면서 경영은 독자적으로 하되 기업 이미지는 공유한다는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 운영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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