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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장호연 능글맞은 변화구 취한 듯…꿈꾸는 듯… 빙그레타자 농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후배들이여,투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16일 빙그레를 상대로 무4사구로 3 - 0 완봉승을 끌어낸 33세의 노장 장호연(OB)은 「어떤 구질을 구사했느냐」는 물음에 특유의 능글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1m75cmㆍ80kg의 평범한 체격을 지닌 장호연.
빠른볼이라야 1백38km정도가 고작인 장이 최강타선으로 평가되는 빙그레를 단 4안타로 침묵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심판들은 타자들의 심리를 단숨에 간파하는 영특한 볼배합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장은 어느타자에게나 똑같은 구질, 똑같은 코스의 볼을 던지는 법이 없다.
또 직구로 반듯하게 들어오는 듯 보이지만 좌· 우로 변하거나 밑으로 구부러진다.
평범한 속도로 때리기좋게 보이니 타자들은 마음껏 방망이를 휘둘러대고 그순간 볼은 꺾여 헛손질하기 일쑤인 것이다
이날 장은 28타자를 상대로 단81개의 볼만을 던졌다.
삼진은 2개뿐. 모두 2, 3구째 볼로 현혹해 맞혀잡았기 때문에 힘들일 필요가 없었다.
통상 투수들은 9이닝동안 1백10∼1백2O개의 볼을 던진다.
삼진14개를 잡고 하려하게 프로데뷔전을 치른 이상훈(LG)도 8회까지 1백14개의 볼을 던졌었다. 장은 매회 9개, 한타자를 상대로 평균3개의 공만을 던진 셈이다.
빙그레타자들은 5개의 외야플라이를 빼곤 모두 내야땅볼로 아웃되는등 시원한 타구조차 날려보지 못한 채 패배하고 말았다.
장은 지난 83년 프로데뷔이래 10년만에 14번째 완봉승을 기록했고 50번째완투승의 위업을 쌓았다.
투수의 생명은 스피드보다 제구력에 있음을 장은 다시한번 입증했다.
한편 해태 김성한은 쌍방울전에서 5타수4안타6타점을 올려 이만수(삼성)에 이어 대망의 7백타점 고지에 올라섰다.(3위는 5백55점을 마크하고 은퇴한 삼성의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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