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5명중 1명 당뇨병"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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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우리나라성인 5명중 1명이 당뇨병을 앓거나 비정상적으로 혈당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대의대 민헌기교수팀은 12일 서울에서 열린 서태평양지역 국제당뇨학회에서 지난2월 경기도연천에 사는 30세이상 남녀 2천5백20명을 대상으로 한 당뇨병 유병률 조사결과 10명중 1명이 당뇨병환자라고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는 혈당이 정상과 당뇨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요주의 대상자도 10명에 1명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으로는 성인 5명중 1명이 당뇨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수치는 조사팀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잘사는 사람에게 잘 걸려 선전국병으로 불리는 당뇨가 우리나라에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에 민교수팀이 이용한 조사방식은 공복시 손톱끝을 찔러 채혈해 모세혈관속의 혈당을 재는 이전 방식과는 달리 세계보건기구가 진단기준으로 제시한 경구당부하검사로 정확도가 보다 높은 것이다.
이 검사는 12시간이상 공복 후 75g의 포도당을 복용하고 2시간후 혈당을 재는 방식으로 정상은 1백40㎎/㎗이하이며 2백㎎/㎗상이면 당뇨로 진단한다.
민교수는 당뇨병 확산의 원인으로 식사습관을 비롯한 생활패턴의 급격한 서구화와 고령인구 증가등을 들고 비록 이번 조사결과가 우리나라 전체의 상황을 대표한다고 볼 순 없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당뇨병 확산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료보험관리공단이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당뇨실태조사에서도 지난 10년사이 당뇨환자가 2.8배나 늘어난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이번 학회에선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대만·싱가포르등에서도 비슷한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또 저개발국가에서도 당뇨병이 급증하는 추세인 것으로 보고되어 세계은행에선 이미 당뇨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에 비유해 경고하고 있다.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의 기능이상이나 결핍으로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심하면 이름 그대로 오줌으로 배설되는 질환. 현재로선 완치가 불가능하고 단지 식사관리 등 엄격한 혈당조절을 통해 여러가지 무서운 합병증을 줄이는 것만이 최선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시 되는 것은 정작자신에게 당뇨가 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게 민교수의 지적이다.
소변을 자주 본다거나 갈증을 심하게 느끼는등 증상이 나타나고서야 진단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땐 이미 치료 적기를 놓치고 난 후라는 설명이다.
민교수는▲가족중 당뇨병이 있는 사람▲비만한 사람(특히 복부비만)▲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특히 높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 고위험집단은 정기적인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통해 당뇨를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민교수는 『당뇨는 오랜 기간의 지속적이고 엄격한 치료를 요하는 까다로운 만성병이므로 이들 환자의 급증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고위험집단에 대한 관리 프로그램개발과 교육이 시급히 마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홍혜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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