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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무식.과격 ‘소시민의 영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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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03면

네 편의 ‘다이하드’ 영화에 모두 나오는 똑같은 대사가 있다. ‘이피 카이 야이, X할 놈아(Yippee Ki Yay, Motherfucker)!’다.
흘러간 배우 겸 가수 빙 크로스비가 부른 노래 ‘I’m an Old Cowhand’의 후렴구인 ‘이피 카이 야이’는 카우보이가 소떼를 몰 때 내던 아무 뜻 없는 소리다. 왜 형사 존 매클레인은 항상 악당 두목에게 이 말과 함께 결정타를 날릴까. 악당들이 그를 항상 ‘카우보이’라고 부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이하드 4.0’으로 돌아온 브루스 윌리스

배우 브루스 윌리스는 올해 네 번째로 존 매클레인의 옷을 입었다. 52세의 나이에 굳이 액션 영웅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2001년 이미 “더 이상 지구를 구하는 영웅 연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하지만 말이 그렇지, 그의 출연작을 살펴보면 단순ㆍ무식ㆍ과격한 뉴욕 경찰관 존 매클레인이나 그 쌍둥이 캐릭터를 맡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들 사이에 선명한 줄이 그어진다. 성공작은 거의 다 전자 가운데서 나왔다. 관객들은 아예 ‘다이하드’ 시리즈에 끼워넣어도 될 듯한 ‘라스트 보이스카웃’을 비롯해 살짝 직업만 바꿔준 ‘아마겟돈’이며 ‘제5원소’ ‘나인 야드’ 등에 열광적인 성원을 보낸 반면, 그 외의 작품에는 냉담했다. 세심한 정신과 의사 역으로 나왔던 ‘식스 센스’의 히트가 의외일 정도다.

악당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면서도 쉴 새 없이 농담을 해대는 전형적인 미국형 히어로 존 매클레인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시리즈 1편에서 “이번엔 존 웨인도 그레이스 켈리와 함께 떠나지 못할걸”이라고 이죽거리는 악당에게 “멍청아, 그건 게리 쿠퍼야(영화 ‘하이 눈’ 얘기다)”라고 쏘아붙이던 입심으로 이번에는 “내가 의사는 아니지만 심하게 다쳤는걸”이라고 비웃는 악당에게 “섹시하지, 안 그래?”라며 맞선다.

자동차로 헬리콥터를 격추시키는 액션의 강도도 마찬가지. 고층건물에서 떨어져 가루가 되고(1편), 비행기와 함께 폭발하고(2편), 헬리콥터와 함께 추락하던(3편) 과거의 악당 두목들에 비하면 ‘다이하드 4.0’의 악당 두목의 시체가 비교적 온전하고 얌전하게 사망하는 걸 보면 매클레인은 좀 점잖아진 듯도 하다. 이혼한 아내 대신 이번엔 다 자란 딸에게 쩔쩔매게 된 세월의 힘인 듯도 하다.

현실의 브루스 윌리스는 어떤 사람일까. 일단 ‘다이하드 5’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감독 렌 와이즈먼, 매기Q와 저스틴 롱이 함께한다면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현장에서의 동료애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총기 보유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총기 소지자들에게서 총을 빼앗을 경우 결국 나쁜 놈들만 총을 갖게 될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평화주의자라도 누군가 당신을 죽이려고 달려든다면, 싸워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다소 과격한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혼한 아내 데미 무어가 16세 연하의 애시튼 커처와 재혼하는 결혼식에도 참석할 정도로 화통한(?) 면도 있다.

이런 그가 존 매클레인을 쉽게 떠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솔직히 실베스터 스탤론이 돈이 없어서 ‘록키 발보아’(시리즈 6편)나 ‘존 람보’(시리즈 4편)에, 해리슨 포드가 ‘인디애나 존스 4’에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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