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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파문… 꽁꽁숨는 뭉칫돈/장기채·CD로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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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무기명 보장돼 품귀현상/신규고객 한사람 3∼10억어치 구입/사정겁내 현금인출도 30%나 늘어
공직자 재산공개 파문이 확대되고 당국의 사정활동이 강화되면서 재산 은닉 수단으로 채권·양도성예금증서(CD) 등 무기명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고있다. 최근의 폭발적인 현금수요와 함께 나타난 이같은 현상은 신분 노출 및 자금추적 우려에다 금융실명제에 대한 경계심리가 맞물리면서 익명이 보장되는 이들 상품으로 자금이 몰려 일부 품귀사태까지 빚는 상태다.
◇채권·CD=「은폐성」자금이 주로 무기명 소유가 가능한 5년이상의 장기채권쪽으로 흡수돼 최근 각 증권사에는 평소 거래가 없던 신규고객들이 1주일에 2∼3명씩 찾아와 1인당 3억∼10억원 상당의 채권을 구입하고 있으며 명동일대의 사채시장에도 어음할인 영업이 거의 사라진 대신 채권거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A증권 채권부 권모대리(34)는 『장관급 재산이 공개된 직후 한 공직자의 대리인으로부터 6억원 상당의 채권 매입의뢰를 받아 사준 적이 있다』고 말했으며 사채중개업자 유모씨(54)도 『수억원 상당의 장기채권을 사달라는 개인고객 주문이 하루 2∼3건씩 들어오나 증여·상속세를 피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되는 국민주택채권 2종의 경우 매물이 없어 못팔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액면가 1만원인 지하철채권(9년만기)은 연초에 비해 7백원가량 오른 7천5백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20년만기 국민주택채권 2종과 15년 만기 지역개발채권도 6백∼7백원씩 올라 각각 3천7백원,6천5백원선에서 팔리고 있다. 지난해 가짜 CD파동과 2월3일 CD금리인하조치후 감소세를 보이던 CD발행규모도 공직자 재산공개 직전부터 눈에 띄게 증가해 2월중엔 전월대비 4천3백억원,지난달에도 5천5백억원이나 늘었다. CD는 최소 5천만원이상으로 액면가의 상한이 없는데다 최근 만기가 1백80일에서 2백70일로 늘어 새로운 재산은닉 수단이 되고 있으며 이에따라 S·H 등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발행고가 한도액(자본금의 70%)에 이르고 있다.
◇현찰수요=사정 서릿발을 피하기위해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이나 은행의 실명·차명계좌 등에서 자금의 흐름이 선명한 수표보다는 현금으로 인출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 시중은행들의 현금인출량이 연초에 비해 30% 가까이 늘었다.
이에따라 2월말 8조8천억원 정도이던 시중 현금통화잔고가 3월말 현재 10조원 가량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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