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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세계 진출 날개 달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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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과 세계 출판계를 각각 대표하는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함께 설립한 '랜덤하우스 중앙'은 한국 문화계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작가가 쓴 책이 랜덤하우스의 네트워크를 타고 전세계 독자층에 파고드는 구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내의 좁은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향해 책을 기획하고, 저자를 발굴해야 할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랜덤하우스 중앙 김영배(金榮培) 대표는 "합작법인 설립은 한국 작가들에게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가 좋은 작품을 발굴하면 영어는 물론 독일어.프랑스어 등 10여개국 언어로 번역.출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미디어 네트워크(JMN)' 홍석현(洪錫炫) 회장도 6일 합작 발표문에서 "랜덤하우스 중앙은 한국 출판계에 의미있고 긍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 저자와 작가들이 전세계 독자와 만나는 기회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랜덤하우스는 2년 전부터 한국 진출을 추진해 왔다. 동북아 출판 시장의 잠재력을 인정하는 한편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란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중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일본 출판계를 상징하는 고단샤(講談社)와 함께 '랜덤하우스 고단샤'를 설립했고, 이번에 한국과 합작한 랜덤하우스 중앙을 출범시켰다.

랜덤하우스 피터 올슨 회장은 평소 "5년, 혹은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가 나타날 것이다. 그 작품을 랜덤하우스 합작법인에서 출판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현재 랜덤하우스에는 인기 작가 존 그리샴.대니얼 스틸.딘 쿤츠는 물론 토니 모리슨.V S 나이폴.엘리 위젤.토마스 만.윌리엄 포크너 같은 노벨상 수상 작가가 포진돼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랜덤하우스 중앙에 참여한 중앙M&B는 잡지.단행본을 총괄하는 대규모 출판사이지만 다른 문학 전문출판사에 비해 문학 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랜덤하우스 중앙 최봉수 기획팀장은 "향후 국내 문학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신인 작가 발굴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내놓을 출판물 중 80%는 국내 저작물로, 20%는 번역서로 채울 계획"이라며 "랜덤하우스의 경영기법을 한국의 다른 출판사와 공유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출판사의 대형화.국제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결국 승부는 외국 독자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획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 랜덤하우스는…

랜덤하우스는 미국.캐나다.영국.독일 등 16개국에서 단행본을 출판하고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영어.독일어권 시장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스페인어권에서는 공동 2위다.

16개국의 법인을 아우르는'랜덤하우스 월드'의 지난해 매출은 대략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 랜덤하우스는 밸런타인.크노프 등 출판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이들 출판사에서 소설.비소설 등 각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내놓고 있다.

랜덤하우스는 1998년 독일의 미디어 그룹 베텔스만에 일반도서 출판부문으로 인수됐다. 베텔스만 그룹은 텔레비전과 라디오(RTL 그룹), 음반(BMG), 잡지(그루너 & 야르) 등 4백여개 자회사로 나뉜다.

<사진설명>
한국 출판의 국제적 도약을 꿈꾸는 램덤하우스 중앙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배 랜덤하우스 중앙 대표, 지영석 랜덤하우스 아시아 회장, 김원태 중앙M&B대표(왼쪽부터).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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