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중앙으로 번지는 생사 공방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5보 (55~72)]
白.趙治勳 9단 黑.胡耀宇 7단

조치훈9단은 술을 좋아하고 술 중에서도 특히 소주를 좋아한다. 술집이 아니더라도 안주 없이 종이컵에 한잔 가득 부어 단번에 마실 수 있는 실력자(?)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대국을 앞두면 자연 술을 멀리해야 한다. 趙9단은 물론이고 일본에서 함께 온 기원 관계자나 친한 기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예 안 마시는 것도 정신건강에 이로울 게 없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좋으냐. 누가 답을 알랴만 趙9단은 '딱 한병'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55로 받고 56으로 이은 것은 예정코스.57도 당연한 지킴이다. 다음 백의 한수가 생각보다 어렵다. 상식적으로는 '참고도' 백1로 곱게 잇는 것이 옳다. 그러나 타개의 귀재로 손꼽히는 조치훈은 58로 젖혀 59의 단수를 자청해서 얻어맞았다. 왜일까.

'참고도'처럼 그냥 이으면 흑은 A가 아니라 2로 덮어씌운다. 백은 3으로 붙일 수 밖에 없는데 흑4, 6의 압박이 통렬하다. 실전도 59 다음 61의 씌움이 무섭지만 趙9단은 64, 68 두방의 선수가 삶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누구도 정답은 모른다. 오랜 실전과 경험, 그리고 본능.감각 등의 집합이 이런 곳의 행마에 응집돼 나타난다. 또하나 스타일의 문제가 있다. 후야오위7단은 본의아니게 공격에 나서고 있지만 그는 둔도(鈍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공격적인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실수가 등장했는데 69는 B가 더 좋았다고 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