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다람쥐'정수근 역전 투런 MV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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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롯데의 정수근.[부산=뉴시스]

부산의 야구팬들이 크게 웃었다. 목청껏 '부산 갈매기'를 불렀고, 파도타기 응원은 녹색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친숙한 얼굴의 롯데 스타들이 안방에서 펄펄 날며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07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롯데의 잔치였다. 무대도, 주인공도 모두 롯데였다. 야구 도시 부산의 팬들은 2003년 대전 올스타전 이후 4년 만에 올스타전 매진 사례를 연출하며 3만 석을 가득 채웠다. 롯데 팬들은 팬 투표로 선정한 동군(삼성.두산.SK.롯데)의 '베스트 10'에 홈팀 롯데 선수를 6명이나 밀어 올렸다.

이에 화답하듯 롯데 선수들도 최고의 기량으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특히 외야수 정수근(롯데)은 1-2로 동군이 뒤지던 7회 서군(한화.현대.KIA.LG) 투수 정민철(한화)에게서 역전 2점 홈런을 날려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부상으로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동군은 6-3으로 이겨 2004년부터 4연승을 달렸다.

정수근은 기자단의 MVP 투표에서 67표 중 49표(73%)를 얻어 팀 동료 이대호(13표.롯데)와 강민호(3표.롯데)를 제쳤다. 이대호는 이날 2루타 한 개를 포함해 5타수 4안타.1타점을, 강민호는 3타수 3안타.1타점을 기록했다.

정수근은 3, 5회 범타로 물러났으나 짜릿한 결승 홈런 한 방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수근은 9회 말 수비 때 교체된 뒤 롯데 마스코트인 갈매기 분장을 하고 1루 응원단장석에 올라 깜짝쇼를 벌여 박수 갈채를 받았다. 재간둥이다운 재치가 빛났다.

정수근의 MVP 수상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이고, 롯데 출신으로는 열 번째다. 서군 이택근(현대)은 0-1로 뒤지던 5회 1사 1루에서 우익수 박한이(삼성) 옆으로 빠지는 타구를 날린 뒤 홈까지 쇄도, 올스타전 사상 첫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했다. 이택근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이치로의 그라운드 홈런이 인상적이었다"며 "3루 코치인 김재박 LG 감독님이 말렸는데도 이날은 축제여서 마음먹고 달렸다"고 말했다. 이택근은 감투상과 함께 200만원을 받았다. 경기에 앞서 롯데 출신 올스타전 MVP인 김용희(82.84년).허규옥(1989년), 김민호(90년), 김응국(91년), 박정태(98.99년)가 함께 시구를 했다.

사직=김종문.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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