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노래 유행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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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회주의는 우리거야』 『충성의 한길로 가고 가리라』『그때처럼 우리가 살았는가』『오직 한마음』.
북한 노래는 이들 곡명이 풍기듯 혁명성· 당성이 물씬 배어 있다.
이른바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창작원칙 아래 오로지 사상교양의 차원에서만 노래가 보급되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북한방송의 전파를 타는 가요에는 목적없는 눈물·사랑의 이름이란 없다.
그만큼 정책가요는 일부를 제외하곤 당과 수령의 굴레를 못 벗어나 노래할 맛이 잘 안난다고 한다. 주민들은 그래서 삶의 애환이 그나마도 담겨있는 영화주제가를 벗삼고, 정책가요는 가사를 비꼬아 바꿔부르기 일쑤다.
또 라디오를 통해 몰래 주워들은 『사랑의 미로』『개똥벌레』등 남한노래도 젊은이들을 녹이고 있다고 귀순자들은 전한다.
말하자면 북한에는 「가슴」과 「입」으로 부르는 노래로 이원화돼 있는 셈. 물론 뽕짝풍은 혁명의 서슬아래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팝송은 아직 상륙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정책가요는 한해에 약 30여곡씩 방송과「전리마」등의 잡지를 통해 보급되고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김일성 장군의 노래』『수령님 은덕일세』등 김일성 송가가 주류를 이뤘지만 소련이 무너진 뒤로 체데 찬양 노래가 부쩍 늘어났다.
이 가운데 『사회주의 지키세』 『사회주의는 우리거야』가 대표적인 곡으로 주민들이 작업시간에 함께 부르도록 돼있다.
최근에는 『여성은 꽃이라네』 『행복한 웃음소리』 『모르는가봐』 『아직은 말 못해』등 밝은 곡조의 노래도 쏟아지고 있다.
이들 곡들은 하나같이 「행복한 웃음」 「웃음 가득」 등의 정다운 표현으로 북한사회를 밝고 넝망한 사회로 묘사한 게 특징.
특히 「어제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벌써 몇 달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복순이네 집앞을 지날 땐 이 가슴설레어/나도 모르게 안타까이 휘파람 불었네」(1절)의『휘파람』만 정책가요중 유일하게 공전의 히트를 쳤다.
4분의4박자의 단조롭고 경쾌한 곡조의『휘파람』은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파격적으로 소개된 곡으로 한때 남한 대학가에서도 애창됐다.
또 「잘 생겼다 일 잘한다 소문난 총각… 우리 세월 좋아 노동당이 좋아…」 (1절)의 『축배를 들자』도 『축복하노라』『세상에 부럼없어라』와 함께 결혼식 축가의 단골메뉴다. 이밖에 김정일이 권력전면에 등장하면서 김정일 송가도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91년12월 군 최고사령관이 되면서 나온 『무장으로 받들자 우리의 최고 사령관』 『전사들은 영광을 드리네』 『경례를 받으시라』 등은 당·군의 충성을 강조한 대표적 작품. 하지만 주민들은 정책가요 가운데『휘파람』만 애창한다. 대신 고구려 무사의얘기를 다룬『달매와 봄다리』『이름없는 영웅들』『봄날의 눈석이』『춘향전』『탈출기』등 영화 주제가가 인기가 높다.
또 「…내 사랑하는 고요한이방 신비로운 이밤이여」(1절) 의『모스크바 교외의 밤』등 소련노래도 뭇 젊은이를 사로잡고 있다는게 귀순자들의 얘기. 한편 고위층 자제들은 『아파트』『신사동 그사람』 『집시여인』『옛시인의 노래』등 라디오로 들은 남한노래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림-이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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