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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저씨가 TV에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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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오금동에 사는 문권식(27·동서울대 디지털방송미디어과 2년)씨는 요즘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광장시장·중앙시장 등의 재래시장과 서울 명동 등지의 길거리 먹거리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 요원으로 문씨와 함께 다니는 작가·연출자·리포터 등도 전문 방송인이 아니다. 대학생이거나 평범한 시민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방송물은 곧 서울 및 경기도 지역 케이블TV를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문씨는 “학교에서 이론만 배우다 현장에서 직접 촬영을 해보니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다”며 “졸업 후 방송국에 취직하려고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및 경기도 지역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의 프로그램 공급 자회사인 서울미디어원은 최근 문씨 등 10명을 시청자 제작단으로 뽑았다.

이들은 5명씩 2팀으로 나뉘어 방송물을 직접 만들고 있다. 이들이 만든 20분 분량의 프로그램 ‘작은 세상 IN’은 씨앤앰 가입자 200만 명에게 26일 첫선을 보인다. 씨앤앰 측은 “주민들이 주변 이야기를 직접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도록 방송 장비와 제작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며 “시청자들이 평소 관심을 가질 만한 주변 이야기를 방송에서 볼 수 있도록 시청자 제작단을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이처럼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 개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역 주민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이고, 방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게 하는 곳까지 등장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참여 확대로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해 시청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CJ케이블넷 양천방송은 2005년 3월 ‘주부 VJ가 간다’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방송물은 서울 양천구 지역 주부를 VJ(비디오자키·비디오 영상을 소개하는 사람)로 출연시켜 지역 행사와 볼거리·명소 등을 소개하는 것이다.

방송위원회에서 우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으로 뽑히기도 한 ‘주부 VJ가 간다’는 지난해 11월부터 케이블·위성방송 채널인 KBS 조이 등을 통해 전국 방영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송물이 히트를 하자 CJ케이블넷 양천방송은 지난해 1월 주부 MC와 주부통신원이 매일 지역 대형마트의 물가정보를 전하는 ‘생방송 알뜰 물가정보’ 코너를 신설하기도 했다.

방송의 공익 기능을 살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HCN 서초방송은 4월 ‘희망 퀴즈! 사랑 나누기’라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 서초·동작·관악구 일대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희귀병 어린이 등을 돕자는 취지로 기획한 것이다. 어려운 이웃의 실태를 소개한 뒤 간단한 퀴즈를 내 지역 주민들이 맞히면 걸려 있는 상금을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T브로드 수원방송도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손을 잡아요’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그동안 저소득 가정 청소년을 대상으로 PC·인터넷 정보화 지원, 사랑의 집 수리, 문화 체험, 건강 진단 등의 사업을 벌여 왔으며 올 하반기엔 안면 장애 등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KCTV 제주방송의 경우는 제주 주민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2005년 11월부터 ‘삼춘 어디 감수과(삼촌 어디 가세요)’를 내보내고 있다. 이 프로그램 제목은 마을 어른들에게 건네는 제주 사투리 인사말에서 따온 것으로 50분간 진행되는 방송을 모두 제주 사투리로 한다. 그동안 제주도 내 마을 100여 곳을 찾아 다니며 유물·특산물·무형문화재 소개와 함께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정감 있게 전해 인기다.

정상윤(언론학)경남대 교수는 “자기가 사는 동네에 대한 시청자 관심이 큰 만큼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 확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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