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서민 기름값 부담 줄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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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내년부터 이삿짐센터나 용달업자와 같이 경유를 많이 쓰는 영세 자영업자의 유류비 부담이 1t 화물트럭 한 대당 연간 15만원 정도 줄어든다. 서민이 많이 쓰는 등유 가격도 최소한 L당 40원 이상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서민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깎아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1988년 이후 거의 손을 안 댄 보험업법도 확 바뀐다. 업무 칸막이와 상품 개발 규제를 줄이고 자산운용에 대한 제약도 푼다.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으로 불붙기 시작한 증권업계 ‘빅뱅’을 보험업계로도 확산시키자는 취지다. 정부는 11일 은행회관에서 한덕수 총리 주재로 경제점검회의 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올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확정했다.

 ◆서민 유류비 부담 덜어준다=등유에 붙이는 L당 23원의 판매부과금을 폐지한다. L당 134원씩 붙이고 있는 특별소비세도 낮춘다. 재정경제부는 특소세는 L당 15원 정도 낮추되 월소득 200만원 이하 가정이 등유를 난방유로 쓸 때는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등유 가격은 최소한 L당 40원 이상 떨어질 전망이다. 화물트럭을 쓰는 이삿짐센터, 용달서비스업, 폐기물 수집처리업 등 250여 개 업종의 영세 자영업자는 ‘단순경비율’을 인상해 연간 15만원 정도 유류비 부담을 덜어준다. 단순경비율은 장부를 쓰지 않는 영세 사업자에게 소득세를 물릴 때 소득에서 일률적으로 공제하는 경비의 비율이다. 이를 인상하면 과세 대상 소득이 줄어 세금도 따라서 준다.

 ◆금융 빅뱅 확산=보험업법을 20년 만에 전면 개정한다.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에도 은행을 통해 계좌 입출금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보험사가 은행과 제휴해 보험 모집인을 통해 보험상품뿐만 아니라 은행 예·적금도 팔 수 있게 하는 안도 추진한다. 보험회사가 상품판매회사나 손해사정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도 허용한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칸막이도 확 줄여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대신 보험사가 다른 보험사를 인수하기 어렵게 만든 지배주주 요건을 완화해 보험사끼리 인수합병이 확산하도록 유도한다.

 ◆하반기는 기존 정책 마무리=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은 새 정책을 벌이기보다 그동안 발표한 정책을 마무리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자신감에 대선을 앞두고 있음에도 화끈한 경기부양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서민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가 그나마 눈에 띈다. 그러나 세수 감소를 우려해 등유에 붙이는 특소세 인하 폭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더욱이 각종 세금·부담금 인하는 올해 세법 개정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당장 서민에게 혜택이 피부로 느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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