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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SOUTH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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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남극의 '얼음 지옥'에 갇혀 1년반 동안의 사투 끝에 대원들을 이끌고 무사히 귀환한 한 영웅의 자서전이다.

1911년 노르웨이의 아문센이 영국에 앞서 간발의 차이로 남극을 먼저 정복하자 아일랜드 태생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1874~1922)은 사상 첫 남극대륙 횡단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자신의 탐험대와 함께 1914년 10월 인듀어런스호에 올라 역사적 모험의 첫발을 내딛는다. 인류가 제1차 세계대전의 공포에 빠져 있을 때의 일이다. 예정대로라면 반년 간의 일정이었지만 남극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문명세계의 '붉은 전쟁'과는 또 다른 자연과의 '하얀 전쟁'이었다.

같은해 12월, 영국의 최남단 사우스조지아 섬을 출발한 탐험대는 남극대륙에 상륙하기도 전 얼어붙은 바다에 갇혀버린다. 바다를 떠다니는 얼음 벌판인 부빙(浮氷.Floe)에 묶인 채 10개월을 버티던 배는 결국 부서져 내리고 이들은 어디로 가는지, 언제 갈라질지 모르는 얼음판 위에서 다시 5개월을 표류한다. 막연히 구조를 기다리는 것만으론 대원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다.

섀클턴은 결단을 내렸다. 일단은 안전한 육지로 대원들을 옮겨 캠프를 꾸리고 그 다음에 소수의 특공대로 활로를 뚫는 것이다. 그는 27명의 대원 전원을 구명보트에 나눠 태워 표류 지점에서 1백60㎞ 떨어진 무인도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포함한 6명의 정예요원으로 포경선 기지가 있는 사우스조지아 섬을 향해 구조 요청을 떠난다. 쪽배 하나로 무려 1천3백㎞의 거친 바다를 헤쳐가야 하는 모험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섬에 상륙하지만 거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포경선 기지의 반대편에 위치한 곳이었다.

섀클턴은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세명의 대원을 남겨놓고 또다시 험난한 섬의 내륙을 가로질러 36시간 동안 길고도 고통스러운 행군을 했다. 결국 그는 대원 모두를 구할 수 있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리더십과 유머를 잃지 않았던 섀클턴이었다. 최초의 남극대륙 횡단이라는 자신의 야망은 접어야 했지만 생존을 향한 대원들의 희망을 건져올린 진정한 리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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