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는 서교파출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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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친철봉사 1등」후 축하·격려 쏟아져 “즐거운 비명”/“그동네가 부럽다” 등 전화 하루 8백통/독서실에 학용품 제공… 선물도 줄이어/“일 TV에도 방송” 영화배우가 연락도
「친절 1등」 파출소로 뽑혀 직원 전원이 1계급 특진의 영광을 안은 서울 서교파출소(중앙일보 20일자 보도) 직원들은 보도직후 쉴새없이 걸려오는 축하·격려전화와 내방객을 맞느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걸려오는 전화중에는 『내 친구가 서교동에 살고있는데 얼마나 좋겠느냐』고 부럽다는 내용도 있고 『우리 아들도 파출소 독서실에서 공부할 수 없느냐』고 묻는 학부모의 문의도 많다.
또 21일 『훌륭한 경찰관들이 자랑스럽다』며 50대 신사가 현금 90만원을 전달하고 돌아갔고 한 시민은 사과·귤 등 과일 7상자를 들고오기도 했다.
서울 상봉동에서 양말공장을 경영하는 김규주씨(51)는 이날 『이제야 살맛나는 세상이 되나보다』며 이들 「멋쟁이 경찰관」들에게 양말 1백40켤레를 선물했다.
오후에는 관내 주민이기도 한 최규하 전대통령이 「앞으로 더욱 분발해달라」는 격려의 축전을 보내왔고 송정호서울지검 서부지청장이 전동타자기 1대,박주천 민자당의원이 냉장고 1대·양란화분,박명환 민자당의원·김충현 민주당의원 등도 축하 화분을 보내왔다.
특히 파출소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책·볼펜 등 학용품을 대주겠다는 시민들의 전화가 셀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22일 오전 1시쯤에는 『일본 오사카 TV방송에서 이 파출소 이야기가 보도됐다』며 일본에 가있는 영화배우 윤양하씨가 축하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파출소측은 이날 지금까지 각계에서 들어온 선물·현금중 과일 7상자는 관내인 서교동 452 단독주택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김순덕씨(73)등 정신대 할머니 7명과 할아버지 방범대원 6명에게 나눠줬다.
또 현금 90만원은 친절 봉사에 쓰이는 우산대·신발장 구입과 함께 파출소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간식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21일 하룻동안 8백여통이나 계속된 전화와 각계 시민의 성의어린 관심을 접한 파출소 직원들은 상상밖의 엄청난 호응에 오히려 얼떨떨한 표정들이다.
이 파출소 최길훈소장은 『승진도 승진이지만 신뢰받는 경찰이 얼마나 신명나는 일인지 피부로 느꼈다』면서 『우리 모두 생애 최고의 설날 선물을 받았다』며 『보다 더한 친절』을 다짐했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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