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도전”… 클린턴시대 개막/산적한 문제 어떻게 풀어 나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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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대만큼 희생과 책임 강조/경기회복·「후세인 숙제」 등 발등의 불
『미국을 다시 새롭게 만듭시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시대가 개막됐다. 30여년전 존 F 케네디대통령의 백악관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백악관의 꿈을 키워왔던 아칸소주 한 시골 학생이 마침내 이 집의 주인으로 들어섰다.
클린턴은 워싱턴소재 의사당앞에서 거행된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비전을 밝혔다.
클린턴대통령은 자신의 세대가 새로운 세대임을 내세우며 미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냉전의 그림자 아래에서 자라난 세대가 자유의 양지로 따뜻해진 이 세계의 새로운 책임을 맡았다』고 선언하고 『미국의 이상인 생명·자유·행복의 추구를 수호하기 위해 변혁하자』고 호소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자신이 선거운동때 주장했듯 산적한 여러 국내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희생과 책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치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권력과 특권이 더이상 국민의 목소리를 막지 못하게 해야 하며,우리 모두 고통을 함께 느끼고 또 함께 미국의 약속을 지켜가기 위해 개인적 특권을 배제하자』고 선언했다. 그는 국제정치 분야에 대해서는 『만일 미국의 긴요한 국익이 도전받거나 국제사회의 양심과 의지가 도전받을 때는 가능하면 평화적 외교방법에 의해서,필요하다면 무력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무력사용의 가능성을 단호하게 천명했다.
사실 클린턴의 취임사는 그의 선거운동 주제인 「변화」를 재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입장을 「뉴 프런티어」를 내세웠던 케네디대통령과 동일시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러한 이유때문에 취임전날 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의 케네디대통령 묘소를 방문,참배하는 의식을 특별히 갖기도 했다.
클린턴시대의 출발에 대한 미국국민의 기대는 매우 높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에 대해 기대를 걸고 그가 당선후 취임하기까지 기간중 보인 처신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민이 67%에서 84%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는 대조적으로 그의 앞에 놓인 과제역시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 4년전 취임할때 로널드 레이건시대의 계속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나 클린턴은 새로운 개혁의 기대를 받으며 출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앞에 놓인 경제회복·교육개혁·보험제도의 개선·재정적자의 축소 등 산적한 과제들은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클린턴은 취임사에서 국민들의 희생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인수를 위한 과도기에 벌써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당장 외교적으로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평화제의를 어떻게 처리하고 유고사태·소말리아 사태 마무리를 위한 결심을 기다리고 있다.
또 새정부 각료로 임명된 인물들의 윤리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조 베어드 법무장관 내정자는 불법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하며 문제가 되고 있으며,론 브라운상무장관은 로비이스트들의 지원으로 대규모 파티를 개최하려다 문제가 되었다.
클린턴자신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재정적자 축소문제에 대해 취임도 하기전에 선거운동 당시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으며 아이티난민에 대한 입장도 바꿔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선거공약으로 중산층에 대해서는 세금감면을 해주고 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 가계에 대해 중과세하겠다던 약속은 취임도 하기전에 벌써 흐지부지될 운명이다.
특히 그의 정부가 아직 구성을 다 못끝내고 있는 점도 문제다.
겨우 각료급만 내정되었지 많은 부처의 차관·차관보급은 공석으로 남아있다. 그가 취임전에 모든 인사를 끝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무부 등 외교안보분야에만 취임전날 간신히 차관보급까지 인선을 마쳤을 뿐이다.
따라서 당장에 벌어질 행정공백도 문제다.
다만 그는 자신의 정책을 펼쳐나가기에 부시보다는 조건이 훨씬 좋아졌다는 유리한 점을 안고 출발하고 있다.
부시의 공화당행정부는 민주당이 다수당을 이루고 있는 상하원때문에 사사건건 제동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국회는 하원의 경우 민주당이 82석,상원의 경우 14석을 더 많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부와 의회의 협조가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가 선거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내놓게 될 각종 법안이 순순히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기회와 도전을 한몸에 지고 클린턴의 시대는 개막됐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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