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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북한|남한동향 촉각…TV뉴스 매일 견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김정일의 성격과 자질은 상당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국내외에 알려진 그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으로 묘사돼 왔다.
지도자 감이 못되는데도 후계자로 내정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후광」 덕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평가야 어떻든 그는 이미 북한의 차기지도자로 사실상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앞으로 그가 남북관계에 어떤 식이든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그러면 김정일은 과연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가.
북한체제의 특성과 정보제약 등 때문에 그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지만 평양에 주재했던 러시아·중국 등의 외교관·특파원, 귀순한 북한 고위관리 등의 증언, 그리고 각종 자료 등을 종합하면 그 일단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아울러 그의 성장배경과 행동·태도·취미 등을 면밀히 분석하면 그의 개성과 정치스타일 등을 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전평양주재 외교관·특파원들은 김정일의 성격에 극단적인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 등 양면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월감 너무 높아>
89년2월까지 세차례 15년 동안 평양주재 프라우다 특파원을 지내면서 김정일의 성장과정과 정치적 부상과정을 지켜보았다는 라스와일 씨(65·모스크바 거주)는 『김정일은 최고권력자의 아들이라는 자만심과 우월감이 지나치고 성미가 급하며 저돌적이고 독선적인 면이 강해한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김정일이 아버지로부터 수령을 승계받더라도 결코 오래 지속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라스와일씨는 ▲공항이나 전용사냥터 등에서 여러 차례 김정일을 만나 일거수 일투족을 기자의 눈으로 관찰했으며 ▲당·군 브레인들을 통해 김정일의 통치스타일을 소상하게 듣고 보면서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감히 이같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오랜 외교관 생활과 구소련 공산당 국제부 극동담당 제1부 부장 등을 지내면서 개인적으로 깊숙이 사귀어 김정일과 「10년 지기」가 됐다고 주장하는 바딤 트카첸코 씨(63·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문제연구소 한국부장)는 김정일에 대해 라스와일 씨와는 크게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트카첸코 씨는 김정일이 ▲정상적인 고등교육을 받았고 ▲20여년 동안 정치훈련을 받으면서 최고 엘리트 과정을 거쳤으며 ▲머리가 명석하고 예술성이 뛰어나며 ▲민첩하고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정력과 담대성 등 긍정적인 면도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히 김정일이 한국문제와 세계 정세 등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평양의 외교관 시절과 중앙당 국제부 부부장 시절 평양에 갔을 때 북한의 중앙당과 정무원 고위간부들로 부터 『김정일 지도자 동지에게 특정 문제를 보고하러 가려면 밤을 세워 해당분야에 대해 연구해 가도 진땀을 흘릴 때가 많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그는 북한 체제상 으레 하는 말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80년 중반부터 김정일과 단 둘이 장시간 얘기해보니 고위인사들이 했던 말이 실감 났다는 것이다.

<국제정세에 민감>
그는 도시건설·대외 경제 등에도 폭넓은 전문 지식을 갖고 있었고 특히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새로운 변화에 대해 적응하려는 의지가 대단했다는 것이다.
그의 집 서재에는 중국경제 문제에 대한 서적·자료들이 많았고 만날 때마다 중국 경제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트카첸코 씨에 따르면 김정일의 일반상식도 놀랄 정도라는 것이다.
하루는 트카첸코 씨가 약속시간보다 30여분 늦게 도착하니 왜 늦었느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출발 직전 자동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아 한참 애먹었다고 했더니 시동이 걸리지 않은 이유를 아느냐고 되묻더라는 것이다.
트가첸코 씨는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없어 대답을 못했다.
그랬더니 김정일은 엔진·부품 등 자동차정비 전방에 대해 전문가 이상으로 설명하더라는 것이다.
또 그의 집 응접실 벽에는 TV수상기 6대가 걸려 있다고 한다.
이들 수상기는 모두 일본산이었다.
워싱턴·모스크바·북경·동경·서울 등 지역의 뉴스가 버튼만 누르면 화면과 함께 나왔다 .
특히 서울의 경우 KBS와 MBC수상기였다.
서울의 주요 뉴스시간, 즉 밤 9시의 MBC 뉴스데스크, KBS 9시뉴스 등은 채널을 번갈아 시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카첸코 씨는 그러나 김정일에게는 오만과 우월감에서 나온 단점도 상당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일은 말이 많다고 한다.
한번 시작하면 상대방의 말은 아예 듣지 않고 혼자만 2∼3시간씩 계속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때문에 그를 만날 때마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게다가 말의 내용이 산만하고 논리에 맞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이 김정일이 아버지에 비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꺼리는 요인중의 하나라고 트카첸코 씨는 설명했다.

<정책결정 즉흥적>
일본의 언론이 보는 김정일의 성격도 종잡을 수 없다.
일본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장 시바타 미루노 씨는 자신의 저서 『수수께끼의 북조선』에서 김정일의 성격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김정일은 ▲천성이 난폭한 반면 도량이 넓고 동정심도 있으며 ▲주민에게는 겸손한 체하나 측근에게는 오만하고 ▲머리 좋고 결단력은 있으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고집이 세고 단도직입적이며 ▲일단 결심하면 부작용이 있어도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충동적이어서 신중함이 결여되어 있고 모험을 좋아하며 과격한 편이며 ▲집무실 서랍에 권총을 놓아두었다가 화가 나면 총을 겨누기도 하고 재떨이를 집어던지는 버릇이 있다고 지적하고있다.
78년 납북되었다가 북한을 탈출한 신상옥·최은희 부부는 86년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일은 머리가 아주 좋으나 따뜻한 인간성이나 어떤 행위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을 찾아 볼 수 없는 잔인한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은 김정일이 아버지보다 노련미가 없고 편협하며 즉흥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탓으로 일관성이 없으며 광범위한 정치적 판단과 관리능력이 부족하고 왕조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외부 관찰자의 성격묘사가 정확하지 못한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특정인의 특기·취미생활 등에서 그의 성격 한 단면을 읽을 수도 있다. 김정일의 취미와 특기 등은 유별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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