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속 투자활성화 최대역점/내년「경제운용방향」 어떻게 짜여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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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물가불안 막으며 부동산 투기재연 봉쇄/정책입안과정서 「거품」논쟁 가열될 듯/새정부는 단기적 성과에 급급 말아야
93년도 「경제운용방향」은 제목에서부터 나타나듯 해마다 연말이면 정부가 내놓은 이듬해의 「경제운용계획」과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차기정부에 제시
93년은 새로 출범하는 김영삼정부의 집권 첫해며 따라서 내년도 경제운용 「계획」은 새정부의 몫이고 현 정부는 그동안의 정책추진,국내외 여건 등을 고려해 「방향」을 제시하는 선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에 실제 집행 주체가 될 김영삼대통령당선자측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점이고 따라서 독자적으로 안을 마련,현 민자당 정책팀에 사전 브리핑하는 정도로 끝낼 수 밖에 없었다.
○당선자 의중 반영
이번에 마련된 운용방향에 이미 추진중이거나 또는 추진을 발표한 각종 정책이 열거되어 있고 정부조직의 개편 등 일부 김 당선자의 의중을 반영하려한 부분도 엿보이나 기본적으로는 구체적인 목표수치 및 이를 뒷받침할 수단의 제시보다는 상황분석과 전망,이에 바탕을 둔 정책건의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정부는 올해 우리경제가 안정화와 구조조정과정에서 성장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앞으로의 성장활력 회복을 위한 근원적 바탕은 견실화됐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내년의 경제운용도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본격적 내수부양조치는 인플레의 재연이나 수입증가를 유발하게 될 것이며 현단계에서는 물가­금리­임금­부동산가격의 안정고리를 더욱 확실히 정착시키는 것이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길이란 입장이다.
결국 내년도의 경제운용에 있어 거시정책은 철저한 총수요관리를 통한 안정의 틀을 유지해 나가면서 미시적으로 투자활성화와 경제의 개방·자율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관행개혁 등의 정책노력을 펴나가야 한다는 것이 현 정부가 차기정부에 제시하고 있는 기본방향이다.
○개방·자율화 대응
정부가 전망하고 있는 내년도 우리경제의 거시지표들,즉 6%대의 성장과 4%대의 물가,30억달러정도의 경상수지적자는 이같은 정책기조가 지켜질 경우의 모습이다.
현 정부가 제시한 이같은 경제운용방향이 김영삼정부에 의해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김 당선자의 유세기간중 발언이나 또는 측근 경제관련 인사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로 미뤄 차기정부가 성장에 보다 큰 비중을 두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들도 안정기조의 정착이 중요한 목표란 점에는 동의하나 대체로 우리 경제의 적정성장률을 7∼8%로 보다 높게 보고 있는듯 하며 실제 성장률을 이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공금리 인하를 포함하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상황따라 수정될듯
새 정부가 새로 마련할 93년 「경제운용계획」에서 이같은 성장목표의 상향수정이 반영될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같은 궤도 수정여부는 김 당선자가 공약한 2년내 3% 물가,국제수지 흑자달성이란 목표와도 분명히 연관해 판단돼야 한다.
앞으로 정책입안 과정에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과연 어느정도냐,또는 지난 수년간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넘어섬으로써 생긴 이른바 「거품」이 이제 제거된 것이냐 등의 해석과 관련한 논쟁이 있겠지만 새 정부가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단기적 성과를 내보여야 한다는 「조급성」이며 가장 필요한 것은 이같은 유혹을 떨치려는 「절제」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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