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여객기추락] 동체 앞부분 동강난 채 위로 치솟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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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종근 기자(左), 강기헌 기자(右)

27일 오후 캄보디아 캄포트주(州) 남쪽 보코르 산. 밀림이 울창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 중턱에서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비행기 동체가 종이조각처럼 구겨진 채 발견됐다.

한국인 탑승자 13명을 포함해 22명을 태운 채 25일 사라졌던 캄보디아PMT 항공 소속 여객기다. 추락 지점은 북위 10도 50분, 동경 103도 55분. 목적지인 시아누크빌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50㎞ 떨어진 곳이다.

◆ 종이처럼 구겨진 잔해들=사고기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폭발하지 않아 화재도 없었다.

하지만 간신히 형체가 남은 동체의 앞부분은 동강 나 하늘로 치켜 올라갔다. 나머지 부분은 10m가 넘는 아름드리 나무들과 부딪힌 충격으로 마디마디 찢겨지거나 휘어져 있었다. 양쪽 날개는 부러져 멀찍이 떨어져 나갔다. 날개 한쪽에는 불이 붙은 흔적도 보였다. 의료팀 일원으로 사고 현장에 다녀온 김우정씨는 "산 중턱부터 비행기 파편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숲에 나무들이 꺾여 있는 것으로 보아 불시착을 시도한 것 같다"고 전했다. 비행기의 사고 원인을 풀어줄 블랙박스(비행기록장치)는 현장에서 수거됐다.

비행기 내부도 아수라장이었다. 실내는 깨진 유리 파편과 떨어져 나간 좌석.테이블, 나뭇가지들이 뒤엉켜 있었다. 천장엔 구멍이 뻥 뚫렸고 바닥엔 희생자들의 가방과 카메라를 비롯한 소지품이 나뒹굴었다. 일부 승객의 운동화는 기체 밖으로 튕겨져 나가기도 했다. 깨진 창문 사이로 열대림의 나뭇가지가 비집고 실내까지 들어와 있었다.

◆ "조금만 빨랐으면…"=수색팀은 애타게 생존자를 찾았지만 발견한 것은 희생자의 차가운 주검뿐이었다. 한국인 탑승객을 포함한 희생자 대부분의 시신은 동체 안쪽에서 발견됐다. 이날 오전 현장에 투입됐던 캄보디아 공군 정비사 속찬차는 "발견 당시 시신들은 기체 안쪽 한곳에 쌓여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명은 사고의 충격으로 튕겨져 나간 듯 비행기 바깥으로 시신이 나와 있었다.

주검들은 옷이 찢기고 흙이 묻기는 했지만 대부분 얼굴을 보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일부 승객은 잠자듯 누워 있어 구조작업이 조금만 일찍 진행됐더라면 생존자를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남겼다.

◆ 수색대원들 허탈감=탑승객 전원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실종자 수색을 총괄하는 캄보디아 당국의 대책본부가 있는 캄포트 주청사 3층 건물 전체가 허탈감에 빠졌다. 수색 개시 한 시간여 만에 군 헬리콥터 조종사로부터 '동체가 발견됐다'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보인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대책본부는 생존 가능성에 잠시 술렁거렸다. 하지만 수색 결과 생존자가 전무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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