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황산벌 나서는 계백장군처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1보 (1~18)]
白.趙治勳 9단 黑.胡耀宇 7단

영남대 국제관. 로비에서 마주친 조치훈9단은 쑥스러운 표정이다. 검게 탄 얼굴에 제멋대로인 머리가 언제나처럼 강렬한 인상을 준다.

후야오위(胡耀宇). 21세. 중국의 떠오르는 태양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이창호9단을 꺾었고 올해는 이세돌9단을 꺾었다. 그런 후야오위에게 황혼길의 조치훈은 버거워 보인다.

대국 개시 20분 전, 조치훈은 대국장에 홀로 나타났다. 그리고 빈 바둑판 앞에 앉아 눈을 감았다. 어딘지 모르게 비장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삼성화재 임성택 상무가 "황산벌 전투에 나서는 계백장군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다.

9시30분에 대국 개시. 그러나 초장부터 상상 외의 장고가 이어진다.

趙9단에겐 큰 눈사태형 정석을 피해 10으로 이은 수가 초반의 고비였고 후야오위에겐 13으로 높이 둔 수가 득의의 취향이었다. 14로 갈라쳤을 때 15로 덮어온 수는 중국이 개발한 수로 최근 대유행하고 있다.

흑19에서 趙9단은 진정 심각한 고민에 빠져든다. '참고도' 백1로 단수한 뒤 3으로 늘면 보통인데 흑4, 6으로 꽉꽉 막힌 뒤가 문제다. 흑?가 A자리가 아닌 한칸 높이 있어 삭감의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류를 본떠 B로 늘 것인가. 아니다. 그 수만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어떻게 초반부터 돌이 패망선으로 향할 수 있단 말인가.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