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문화재 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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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북익산지방에서는 지금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이 탑은 지금부터 1천3백여년전 백제 무왕시절에 건립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인데 오랜 비바람에 마모·손상돼, 원래의 모습을 잃고 있었다. 상세한 설계도도 전혀 없는 상태다. 그러냐 컴퓨터는 베일에 가려진 이 고대유물의 원래 모습을 추적 재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3차원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과거 미륵사지의 사진이나 탑 주위에서 발굴 수집된 파편·흔적 등 온갖 참고자료를 총동원, 거의 완벽한 수준의 원형설계도면을 그려내는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건설중인 동탑은 어디까지나 창작이 아닌 정확성 높은 복원작품이다. 더욱이 이 공사는 한국 최초로 우리 기술진에 의해 시도된 컴퓨터 복원공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외국에서는 문화재 복원작업에 컴퓨터그래픽이 고도의 전문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컴퓨터기술은 화재로 훼손된 법륭사의 금당벽화를 훌륭하게 재현해내는 수준에 와있다. 고대유물이 많은 유럽 쪽에서도 문화유적탐사는 물론 부서진 고대건축물이나 찌들고 바랜 벽화의 복원작업에 첨단 컴퓨터기술은 빼놓을 수 없는 기본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인간의 역사란 수천년 되지만 불과 1천년전의 진실을 찾아내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정보의 장기간 보존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비교적 상세한 자료를 담을 수 있는 종이의 수명은 길어야 1천년이고, 옷감은 5백년이 고작이라고 한다.
화상정보 저장수단으로 가장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필름의 수명은 1백년에 불과하고, 녹음·녹화 테이프나 PC에 넣어 쓰는 디스켓도 자성물질이 발라져 있어 잘 관리해도 30년을 넘기기 힘들게 돼있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CD(Compact Disc)라는 반영구전인 정보저장수단이 보급되면서 기록보존에서 시간의 벽을 극복하는 성공을 거두게 됐다. 물론 컴퓨터는 이 CD속의 정보를 보다 정확하고 편리하고 실감나게 표현하는 주역을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아무리 귀중한 문화재도 물질적 수명은 유한하나 그 속에 담긴 역사적·문화적 기록은 조금도 원형을 잃지 않는 영구보존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이때의 컴퓨터는 문화재를 복원하는 수고보다는 무수한 유·무형 유물을 추적 조사해 역사를 되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될 것이다.【백석기<한국정보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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