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인도적 지원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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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도 많았지만 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확정됐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하면 큰 희생 없이 파병 효과를 극대화하느냐는 것이다.

기자는 파병 후보지를 돌면서 파병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키르쿠크는 좀 나았지만 다른 곳에선 주민들이 주먹을 쥐면서 "한국군이 오면 공격하겠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이라크의 지식인들은 한국군 파병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지역을 담당할 우리 군은 '해방군'보다 더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안을 회복.유지하는 동시에 재건을 지원해야 한다.

과제가 이렇게 막중할진대 약 3천명의 군 병력으로 인구 2백만명의 키르쿠크주(州) 주민들의 바람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키르쿠크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파병이 국방부만의 일이 아니라 전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할 국가 대사라는 느낌이 든다.

전쟁과 독재로 고통받은 키르쿠크 주민들 중 많은 이가 "중고품이라도 좋으니 어린이 장난감.의복.생활용품 등을 많이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달러와 일자리가 필요하고 바깥 세계를 알고 싶어하는 키르쿠크의 많은 단체는 한국의 구호.학술.문화.체육 단체 및 기업인들과 교류하기를 원했다.

최근 산업자원부는 내년 초 이라크 남부 바스라시(市)의 경제인들을 초청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가능하면 파병 예정지역의 경제인들을 우선 초청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27일에도 아랍의 최대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에는 한국.일본의 파병 관련 뉴스가 나왔다. 두 방송은 일본 자위대를 '인도적 지원군'이라고 표현하는 반면 한국군을 '전투병'이라고 칭한다. 한국의 외교부나 국정홍보처가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서정민 바그다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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