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근로자들 “대선 이후가 더 걱정”/김상진특별취재반(대선교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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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일 오후 7시 울산시 전하동 현대그룹 노조총연합(현총련·의장 김영환) 사무실에서 있은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공정선거 노동자 감시단 발대식」에서 울산지역 12개 현대계열사 노조에서 온 1백여명의 공정선거 감시지원 근로자들이 식전행사로 『투표하러 갑시다』는 노래를 열창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으나 한편으로는 일종의 위기감 같은 것도 감돌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곳곳에서 터지는 국민당의 금권·부정선거 소식과 무관하지 않은듯 보였다.
이날만 해도 부산과 경남지방 경찰청이 현대자동차써비스의 부산·경남도내 일선 영업소가 국민당 선거운동 조직으로 편성돼 자동차 판촉활동을 가장한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이날 양산경찰서도 양산군 하북면 지역 주민들에게 관광경비조로 1천5백여만원을 전달한 혐의로 울산 현대 미포조선 관리부차장 황금철씨(45) 등 9명을 수사중에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연일 국민당의 금권·타락선거 소식이 전국에서 들려오고 있다.
국민당의 이같은 부정선거운동 혐의에 대해 그동안 현총련은 성명을 통해 『매일 수십대의 관광버스를 작업장에 돌리고 산업현장의 필수적인 인원까지 선거에 빼돌려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하는 국민당이 「경제발전」을 제일의 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현대그룹과 현대노동자를 선거운동 조직으로 이용하고 있는 국민당의 선거전략은 반드시 중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었다.
그러나 이날의 행사에 참석한 모든 현대근로자들은 국민당의 부정선거 감시에 앞서 대선 이후 자신들에게 돌아올 피해를 더 걱정하고 있었다.
현대엔진 초대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해고근로자인 국민회의 울산본부 상임의장 권용목씨(35)는 격려사를 통해 『지난 1년동안 현대가 선거에 뛰어든후 전반적으로 기업경영이 악화돼 있기 때문에 대선 후에는 악화된 경영조건을 만회하기 위해 그룹 전체에 감원선풍이 불어닥칠 것이 분명하므로 모두 힘을 모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른 행사 참석자들도 『대선 이후 노동현장에 닥칠 갖가지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힘을 뭉쳐야 하며 공정선거 감시는 그 기초가 되는 활동』이라고 결의에 차있었다.
국민당이 『우리 경제를 일군 사람과 망친 사람들의 대결』로 비유하는 이번 대선을 대부분 현대근로자들은 불안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울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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