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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선 개혁·견제 모두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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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7일 실시된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1차 선거 직후 예상됐던 압승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의 의석(359석)에서 45석이나 잃어 '승리 아닌 승리'에 만족해야 했다. 프랑스 언론은 유권자들이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에 대한 지지를 보내면서도 우파의 일방적 승리에 대한 견제 수단을 발동했다고 분석했다.

UMP는 전체 하원 의석 577석 가운데 314석을 얻었다. 특히 내각의 2인자인 알랭 쥐페 환경장관이 낙선해 UMP에 큰 상처를 안겨 줬다. 쥐페 장관은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때문에 UMP는 과반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다.

UMP의 압승이 좌절된 가장 큰 이유로 프랑스 국민 특유의 '일방통행' 견제 심리가 꼽히고 있다. 1차 투표 때까지만 해도 UMP는 대승을 낙관했다. 일부에서 500석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을 정도다. 그러자 우파의 일방적 승리를 우려한 좌파가 견제를 위해 결집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주 사르코지 정부가 서민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좌파는 "부유세 삭감 등으로 부자에게는 혜택을 주면서 서민에겐 많은 부담이 되는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이를 선거 이슈로 삼았다. 결국 우파의 지나친 자신감이 표를 잃는 원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사르코지의 개혁 작업은 일단 시간표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좌파가 반대하고 있는 초과 근무 비과세를 통한 35시간 노동제의 수정과 상속세 폐지 등이다.

몰락 직전에서 기사회생한 사회당은 의회를 장악하지 못했음에도 승리한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결선 투표에서 선전한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다기보다는 견제 심리에 있고, 당을 대표할 만 한 정책이나 인물 카드가 여전히 군색하기 때문이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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