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농구 쌍둥이 선수 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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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쌍둥이 선수가 미국 프로농구(NBA)코트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올시즌 경기에 돌입한 NBA가 쌍둥이의 맹활약으로 관중들의 흥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시카고불스 팀의 호레이스 그랜트·워싱턴 불리트 팀의 하비 그랜트 형제.
9분 차이로 세상 빛을 본 이들 형제는 올해 27세로 형 호레이스가 2m8cm·1백6kg으로 2m6cm·1백kg의 동생 하비보다 체격조건이 조금 낫다.
호레이스는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과 함께 시카고불스 팀의 공격을 주도하는 포워드로 올 시즌 2백만달러(약 16억원)의 고수입을 올렸다.
동생 하비도 형에게 질세라 지난 7월 6년간 계약조건으로 1천7백10만달러(약 1백36억8천만원)의 거금을 챙긴 팀의 주전 선수.
이들 형제도 여느 쌍둥이들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똑같은 옷을 입고 성장했지만 성격은 판이하게달라 호레이스가 과감하고 적극적인데 비해 하비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다.
한명이 없으면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일체감을 느끼지만 코트에서 만나면 이들은 적수로 돌변한다.
형제가 처음 NBA에서 격돌, 호레이스가 덩크슛을 날릴 때 하비가 뒤에서 달려들어 머리를 가격하며 저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다른 선수들보다 더 심하게 몸싸움을 벌인다.
이들이 농구공을 잡게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코치의 부인에게 눈에 띈 것이 인연이 됐다.
당시 1m98cm의 키에 61kg의 빈약한 체격이었던 이들은 코치의 즉석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농구인생을 시작했다.
클렘슨 대학에 스카우트된 이들 형제는 동생 하비가 규정 위반으로 한때 팀에서 쫓겨나 캔자스대로 옮겨가는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형제는 절치부심, 호레이스는 졸업 때인 87년 신인 1차 지명에서 시카고불스 팀의 1번으로 프로에 진출했고 미국 대학농구 선수권대회( NCAA)에서 캔자스대를 우승으로 이끈 하비도 1년 뒤인 88년 드래프트 순위 12위로 프로에 데뷔했다.
흑인 특유의 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이들 중 형 호레이스는 리바운드를 잡아내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있고 하비는 외곽에서 쏘아대는 깨끗한 장거리 슛이 트레이드마크다.
호레이스는 시력이 좋지 않아 흰색 안경을 착용하기 때문에 코트에서 쉽게 눈에 띄는데 올 시즌 이들 형제가 펼칠 선의의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지 자못 궁금하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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