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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 유품 320여점 고려대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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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물리학자 고 이휘소 박사의 유품 320여 점이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된다.

고려대는 14일 오전 11시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이 박사의 연구노트 200여 권과 편지 80여통, 사진 35장 등 유품의 기증식을 연다고 12일 발표했다. 이 박사가 42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한 지 30주년(16일)을 맞아서다. 기증품 중 연구노트는 미국 스토니브룩 대학 유학시절에 이 박사에게서 논문지도를 받았고 최근 이 박사의 평전을 낸 강주상 고려대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내놓았고 편지 등은 이 박사의 동생인 이철웅씨 소장품이다.

이번 기증품에는 세계적 물리학자로서 이 박사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물리학자 존 오펜하이머(1904~67)가 이 박사에게 보낸 친필 메모와 74년 서울대의 교육차관 지원사업 평가단 활동상황, 7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와 공동 저술한 암흑물질 탐색에 관한 논문 친필 초안 등이 관심을 끈다. 이 박사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80여통에는 단순한 안부를 묻는 내용을 넘어서 자신의 연구생활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담겨져 있다.

이 박사는 한국전쟁 직후 서울대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애미대, 피츠버그대, 펜실베이니아대(박사)를 거쳤고 30세에 펜실베이니아대학 정교수가 됐다. 이후 프린스턴 고등연구원과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 등에 몸담으며 참(charm) 입자의 탐색, 게이지 이론 등으로 소립자 물리학 발전에 공헌했다.

국내에서는 김진명의 베스트셀러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그가 그가 70년대 한국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다가 이를 저지하려는 외국 정보기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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