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적 부정… 곳곳에 여운/김우중회장 행보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선 출마않고 정치참여” 시사
대선 출마여부로 관심을 끌고 있는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은 주말을 광주에서 보내며 자신의 정치참여에 대한 입장을 은유방식으로 표현했다.
○…김 회장은 25일 오전 11시20분쯤 회사헬기편으로 광주에 도착,대우전자 광주공장에서의 오찬간담회,대우자동차 영업소개업식,광산 김씨종친회행사,전남대경영대학원 초청강연 등에 참석했다. 그는 당초 26일 아침 전남 담양에서 열리는 광산김씨 단형제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변경,이날 아침 8시50분발 비행기편으로 급히 상경했다.
25일 오후 6시쯤 광주 신양파크호텔에서 열린 「광산김씨 종친 친목 자축연」에 참석한 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신문에 연일 크게 보도되고 있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신당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그같은 제의를 받은 적이 없고 그런 얘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인사말 서두에서 『불행하게도 신문에 이상한 기사가 흘러 나와 이런 행사가 오해받을까 봐 취소할 생각까지 했다』고 말한 김 회장은 『정치할 생각을 안해 봤다면 우습겠지만 정말로 정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까지 말해 소문을 「진화」하는데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저녁 무등산관광호텔에서 열린 전남대초청 강연에서 김 회장은 『정치인이 역할을 못하는데 평소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다』며 『만약 정치에 참여한다 해도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는 하고 싶지 않다』고 또다시 여운을 남기는 듯한 주장을 했다.
강연후의 질의응답시간에 자신의 심정을 피력한 김 회장은 『뜻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모범된 정치활동을 통해 후배를 키우고 정치에 자극을 줘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이 벌어지도록 하는데까지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전환기 한국의 관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김 회장은 위기극복을 위한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비전과 용기,희생정신을 갖춘 인물』로 정의한뒤 『이같은 지도자를 키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어떤 형태로든 정치에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소신을 내보였다.
대우자동차의 광주시내 4개 영업소 개업식 테이프커팅 행사때도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고 있었으나 오후 5시쯤 신양파크호텔에서 보도진의 질문공세가 계속되자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이 해야지 왜 장사하는 사람을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또 지난 23일 노 대통령과의 면담여부에 대해서는 『23일에는 강릉에 가 있었다』고 우회적으로 부인했으며,「50대역할론」에 관해 묻자 『개혁의지를 가진 40∼50대 지도자가 나와야 나라의 경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게 나의 생각』이라고 지론을 되풀이 했다.
26일 아침의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로 온 김 회장은 공항에서 일본으로 직행해 여러가지 추측을 다시 낳고 있다.<광주=천창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