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느낌!] 뒷심 부족 히치콕 '새'처럼 섬뜩하다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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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감독:대니 팽, 옥사이드 팽

출연:크리스틴 스튜어트, 페넬로프 앤 밀러, 존 코벳

장르:공포

20자 평:보이지 않는 존재의 공포감, 85분간은 성공.

1999년 반전의 충격을 던진 '식스 센스' 이후 원한 맺힌 죽은 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 '스터 오브 에코' '왓 라이즈 비니스' '디 아더스' 등이 차례로 개봉돼 공포영화에 유령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쌍둥이 형제 감독인 팽 브러더스가 연출한 '메신저: 죽은 자들의 경고'(이하 '메신저') 또한 그런 공포영화의 맥을 잇고 있다.

영화는 과거를 보여 주는 흑백 화면으로 시작한다. 조용한 시골의 외딴집에서 벌어지는 살인 장면이 지나가면 대도시 시카고에서 한적한 농장의 집으로 이사 오는 한 가족이 등장한다. 이 가족은 시카고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시골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다. 떠돌이 존이 합류해 집안일을 돕게 되면서 가족은 평안한 시골 생활을 시작하는 듯 하지만, 이때부터 영화에는 스멀스멀한 공포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메신저'가 주는 공포와 스릴은 사운드나 편집을 통한 놀래기 식 공포가 아닌 소름이 돋는 심리적 공포다. 어린 벤이 아무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웃고 손가락질을 하는 장면이나, 한밤중에 복도에 선 제스가 등 뒤에 뭔가 있음을 느끼며 돌아보는 장면은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주는 공포이기에 누군가 목덜미에 서늘한 입김을 부는 듯 긴장이 된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새'의 한 장면을 오마주한 까마귀의 공격 신이나 처연해 보이는 유령의 모습도 섬뜩하다. 관객들은 시나브로 공포에 빠져들고, 결정적 한방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부풀린 풍선을 뻥 터뜨려야 할 그 순간, 영화는 푸루룩 김이 빠지고 만다. 충격적 반전이나 휘몰아치는 공포 대신 너무 뻔한 결말을 택한 때문이다. 85분간 꽤 훌륭한 공포감을 맛보게 했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아 마지막 5분의 아쉬움이 '메신저'를 평범한 공포영화로 만들었다.

이원 무비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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