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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김영완 채권 실소유자 속속 나타나 "돈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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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대 비자금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완씨의 무기명 증권금융채권 때문에 발행기관인 한국증권금융이 고민에 빠졌다.

金씨는 집에 보관하던 증금채 37억3천만원을 떼강도에 뺏긴 이후 지난해 9월부터 4월까지 서울지법 남부지원으로 부터 '현재 소유자의 권리는 무효'라는 제권판결을 받아뒀다. 그 뒤 지난 10월 말 증금채의 만기가 돌아오자 金씨는 증권금융에 원리금 상환을 청구했다. 증금채 실물은 분실했지만 복사본을 따로 챙겨둔 덕분에 청구가 가능했다. 그런데 金씨가 분실했다는 증금채 실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나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

지금까지 5명이 나타났는데, 이들 가운데 2명이 갖고 있는 약 30억원에 대해서는 소유자들이 제권판결(유가증권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법원의 실권선언)이후 1개월이 지나도 金씨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金씨의 소유권이 인정됐다. 하지만 이들은 대신 증권금융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문제가 더 복잡해진 것은 37억3천만원의 분실채권 가운데 약 3억원은 金씨 소유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것.

증권금융 관계자는 "한명은 金씨가 떼강도에 뺏기기 전부터 채권을 소유한 것으로 확인돼 1억원 상당의 원리금을 찾아갔다"며 "나머지 약 2억원에 대해서도 도난 사고 발생 전에 정당하게 매입한 것이 입증되면 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金씨가 분실하지 않은 채권까지 잃어버렸다고 주장해 신뢰성을 잃었다"며 "섣불리 金씨에게 원리금을 지불했다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金씨의 도난채권 관련 소송을 맡은 송기방 변호사는 "분실채권에 대한 제권판결을 서둘러 준비하다 보니 소유권 확인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다"며 "관례상 제권판결을 받은 나머지 34억원에 대해서는 상환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금융은 이번주 중 34억원의 분실채권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치고 金씨에 대한 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금채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지하자금 양성화를 목적으로 발행된 5년 만기의 비실명채권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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