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꾸러기 눈높이로 '행복한 책 읽기' 어린이문학상 수상작 3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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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건방진 도도군
강정연 글, 소윤경 그림
비룡소, 200쪽, 8000원
초등 고학년

올해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이다. 톡톡 튀는 경쾌한 문체에서 "웃기고 유쾌한 글을 쓰겠다"는 저자의 다짐이 드러난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야''그 인간''상자 할머니''레레''미미''라라' 등으로 재기발랄하다.

부잣집 애완견으로 소시지 통조림을 먹으며 편히 살던 도도는 어느날 뚱뚱하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자신이 그동안 주인의 액세서리 같은 존재였다는 걸 깨달은 도도. "주인이 아닌 동반자를 직접 구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마음 변한 사모님 '야'가 도도를 다시 찾아 집으로 데려가지만 도도는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한다. "나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겠다"는 희망에서다. 하지만 '휘청거리'에서 헤매던 도도는 결국엔 떠돌이 개들을 잡아다 안락사시키는 동물보호소에 갇히고 만다. 그 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하나. 새로운 주인에게 선택받는 것이다. 도도는 '날 선택한 사람이 싫으면 그때 가서 내가 버려야지'란 각오로 새 주인을 따라 나선다. 새 주인은 바로 보청견을 훈련시키는 지은씨. 도도는 6개월 동안의 훈련 과정을 마치고 엄마와 딸이 모두 청각장애인인 집으로 입양된다. 귀 안 들리는 주인 대신 자명종 소리를 듣고, 손님 발소리를 듣는 도도. 주인과 '가족'사진을 찍는 데서 이야기는 끝난다. 동반자를 넘어 가족이 된 것이다.

얼핏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자'가 주제 같지만, 저자는 '이해와 사랑이 있으면 존재 자체가 필요가 될 수 있다'가 진짜 메시지라고 강조한다. 그 심오한 주제는 이야기의 표면에선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도도가 우연히 만난 '상자 할머니'의 손길과 눈빛이 따뜻해서 평생 따라다니기로 결심했다든지 등의 소소한 에피소드 안에 숨어있다.

저자는 후기에서 "철없는 도도는 아직도 '내가 꼭 필요한 존재여서 날 버리지 못할 것'이라며 건방을 떨고 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주인공도 미처 깨닫지 못한 주제. 하고 싶은 말이 감춰져 있어 더 빛나고, 흐름이 무겁지 않아 더 여운이 남는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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