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 확 꺼질 것" 한국 증시는 계속 장밋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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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중국증시의 상승세가 지속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며 "어느 시점에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 경제회의에서다. 거품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증시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그러자 미.중.일 3국의 증시가 동시 하락했다. 낙폭은 크지 않지만 최근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또 그린스펀의 힘 =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 다우존스 지수는 23일 1만3600선을 넘어서는 강세를 보이다 그린스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증시 붕괴우려와 차익실현 매물 때문이다.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14.30포인트 하락한 1만3525.65로 마감했다. 21일 장중한 때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S&P500 지수도 이날 1.84포인트(0.12%) 밀렸다. 나스닥 지수 역시 0.42% 떨어졌다.

그린스펀의 경고를 받은 중국증시도 떨어졌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24일 전일보다 0.54% 하락한 4151.13으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들이 거래하는 상하이B지수는 7.97%나 급락했다. 일본의 닛케이지수도 소폭 (0.05%)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린스펀의 발언과 뉴욕증시의 하락이 일본증시의 팔자 분위기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여전히 강세장을 점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미국증시의 강세가 앞으로 한 세대 만에 한 번 올까 말까한 '10년 강세장'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역사상 대부분의 강세장이 3~4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2002년부터 시작된 현 강세장이 앞으로 더 계속될 것이란 진단이다. ▶기업이익 증가▶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세계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증시를 뒷받침하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시장 강세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장밋빛 전망 속 경계론 = 장중 한 때 시가총액 900조원을 넘어서는 강세를 보인 국내 증시에 대해 낙관론이 우세한 가운데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외 경기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기업수익이 회복되면서 증시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지수 목표치를 높이고 있다.

현대증권은 최근 코스피 지수 범위를 1600~1850으로 조정했다. 애초 전망치의 고점 1690보다 160포인트 높은 수치다. 올해 고점을 1700으로 제시했던 메리츠증권도 하반기 지수 범위를 1550~1850으로 높였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도 지수 목표치를 1800대로 상향조정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 급등과 중국 증시의 급락 가능성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나온다. 신영증권은 "최근 주가흐름은 과거 정보기술(IT)거품 때를 연상시킨다"며 "장기 상승추세는 인정하나 이익 실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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