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약관 11개 무효판정/빚보증 재산 가압류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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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화재보험금 대출금 우선도/약관심사위 의결
남의 은행 빚에 대해 보증을 섰다가 대신 빚을 갚아주었더라도 은행빚이 남아 있으면 은행보다 먼저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의 권리(구상권)를 행사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은행약관은 무효라는 판정이 나왔다.
또 은행 대출을 받으며 담보로 잡혔던 건물이 불에 타 보험금을 탔을 경우 보험금으로 은행 대출을 먼저 갚도록 되어 있는 은행약관도 역시 무효판정을 받았다.
경제기획원 약관심사위원회(위원장 손주찬학술원 회원)는 10일 은행약관을 심사,위와 같은 내용 등의 11개 은행약관에 대해 무효판정을 내리고 이와 함께 3년전에 거의 다 없어졌으나 서울신탁은행·제주은행 등 일부은행에 아직 남아있는 대출이자 선취(대출을 해주면서 이자를 미리 받는 것) 약관도 무효라고 판정했다.
이날 약관심사위원회가 무효판정을 내린 11개 은행약관중 6개 조항(가계대출을 하면서 백지어음이나 공증증서를 받는 행위 등)은 이미 지난달 25일 은행감독원이 각 은행에 대해 삭제지시를 내린 바 있어(본지 7월25일자 6면 보도) 별 문제가 없으나,구상권행사 제한 약관이 무효라는 것 등 일부 판정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채권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약관심사위원회의 무효판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과는 달리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해당하는 것이긴 하나 지금까지의 약관심사위 판정은 모두 해당기관에 통보되어 시정되었으며 이와 관련,경제기획원은 빠르면 다음주안으로 입법예고를 하고 올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절차를 거쳐 약관심사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맡도록 함으로써 약관에 대한 무효판정이 법적인 강제성을 갖도록 할 방침이어서 이번 은행약관에 대한 판정도 각 은행에 의해 별 무리 없이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은행감독원동에서는 보고 있다.
그밖에 이날 무효판정을 받은 은행약관은 ▲만기가 된 은행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채무자의 예금 등과 같은 금액만큼 떨어버릴 경우 이를 채무자에게 통보하지 않아도 좋다는 약관 ▲채권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은행이 보증인에게 담보한도액이나 담보기간연장을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약관 ▲담보로 맡긴 물건을 파는 등 재산권을 행사할때 사전에 은행에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약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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