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신장­보도통제 “두얼굴”/군기법 개정안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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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언론관련 조항 문제많아/국회통과때 마찰불가피
4일 국방부가 최종 확정한 군기법(72년 12월 재정) 개정안을 일반 국민의 「알권리 신장」과 이를 충족시켜 주는 「언론의 규제」라는 상호 모순된 조항을 담고 있어 국회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종전보다 한결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어느면에서는 현행법보다 훨씬 강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방부 정보본부 유정갑수집보안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군사사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점증,군사사항 홍보필요성 등 시대적 배경과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 결정,현행법의 미비점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유 부장은 또 「우연한 기회에 군사기밀을 습득했더라도 이를 즉시 관계기관에 신고토록 한 규정을 「관계기관이 제출을 요구할 경우」로 바꾸고 이를 거부할 때만 처벌토록 완화하는 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개정안이 형량의 부과측면에서는 현행보다 크게 완화된게 사실이다. 예컨대 ▲업무상 과실누설의 경우 현행 3년이하 징역에서 2년 이하 징역으로 △비업무상과실 누설(2년이하 징역)·언론·출판누설(2분의 1 가중처벌) 등에 의한 벌칙규정을 삭제한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에 새로 신설 또는 강화된 이른바 군사기밀에 관한 정보요구권(제12조)과 언론의 사전협조의무(제13조) 조항을 보면 당국이 일반인들에게는 알권리를 보장해 주되 이를 취급,국민에게 알려주는 언론에 대해서는 「사전협조」라는 쐐기를 박음으로써 결국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확보하려고 하는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정안은 신설 제12조에서 『①모든 국민은 군사기밀의 공개·제공·설명을 국방부장관에게 문서로써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13조에서는 『②군사기밀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의심이 있는 내용에 대해 언론기관의 장은 군사기밀 여부를 사전 확인,그 내용이 과장·허위보도됨으로써 국가안전보장상 불이익이 초래되지 않도록 국방부장관과 협조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에 대해 한승헌변호사는 『이조항의 신설 취지가 단순히 협조선언에 그치는 것이라면 적어도 제2항은 마땅히 삭제돼야 옳다』고 전제하고 『협조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협조에 그쳐야지 법으로 명시된 「협조」는 사실상의 강제의무규정으로 이를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보도통제나 금지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지난 2월25일 헌재한정합헌결정이후 보안소위,법제소위,보안·법제합동위원회 등 군기법개정추진위원회를 구성,안기부·기무사·합참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 3월부터 법개정을 추진해 왔었다.
이번 개정안이 외형상으로는 국민의 정보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 주면서도 실제 언론매체에 대해서는 사전협조를 의무화하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알권리를 기술적으로 제한하고 있고,이를 확대해석할 경우 자칫 언론에 대한 사실상의 사전검열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될 것으로 보여 국회통과 과정이 주목된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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