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지휘자 영입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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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교향악단을 대표하는 KBS교향악단과 서울 시림 교향악단의 새로운 상임지휘자 영입이 임박해 음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8년 원경수씨가 상임 지휘자직을 떠난 뒤 후임을 정하지 못한채 전임 지휘자 금난새씨와 국내외 객원 지휘자를 중심으로 연주해온 KBS교향악단은 마침내 독일인 오트마마가에게 오는 8월부터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81년부터 전임 지휘자로 일해온 금난새씨는 지난 6월말 KBS교향악단에사표를 내고 수원시향 상임지휘를 맡기로 했다.
역시 81년부터 악장을 맡아온 바이얼리니스트 김민교수(서울대)는 이번 7월말로 악장직을 사임키로 함에 따라 KBS 교향악단은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S 교향악단의 전임지휘자와 악장이 동시에 사임한 배경에는 겸임문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전국 교향악단들 사이에 단원 및 지휘자들의 겸임 문제가 본격 거론될 것으로 음악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어쨌든 지휘자가 바뀔때마다 단원과 지휘자사이의 불화 등 잡음이 요란했던 국내 교향악계에서 모처럼 조용치 지휘자가 교체된 것만 해도 「일단 반가운일」이라는게 음악계의 중론.
한편 90년말 정재동씨가 약 20년에 걸친 상임 지휘직에서 물러난 이래 후임을 정하지 못한채 표류해 온 서울시향도 상임 지휘자 결정을 앞두고 「초읽기」에 돌입한 상태.
그간 여러차례에 걸친 객원 지휘를 통해 단원들의 신임을 얻은 헝가리출신 미클로스 예르데이와 국내지휘자 가운데 누구를 차기 상임 지휘자로 맞아들이느냐를 놓고 서울시장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음악적 기량향상과 단원간의 화합」차원에서 예르데이에게 상임지휘를 맡기자는 의견이다.
그러나 국내지휘자를 지지하는 음악인들은 연간 약 2억3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예르데이를 맞아들일 경우 국내지휘자(약3천만원)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들 뿐더러 국내 체류기간도 6개월 미만이라는 조건이어서 과연 협연자 선정 및 단원 관리 등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내 상임 지휘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객원 지휘자들을 초청하는 것이 한결 바람직하다면서 『시향 단원들이 국내지휘자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은 의사소통이 어렵고 체류기간도 짧은 외국 지휘자라야 간섭을 덜 받고 자신들 뜻대로 할 수 있다는 집단 이기주의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임지휘자 교체를 둘러싼 음악계의 갑론을 박에 대해 원로 평론가 박용구씨는 『교향악단 단원들이 걸핏하면 지휘자 타령을 일삼지만 사실상 간판스타 하나에 매여 적당치 겉모양새를 꾸며서는 안될 일』이라며 상원들의 성실한 노력과 음악에 대한 애정을 부추길만한 운영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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