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있었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컵을 스치고 지나간 3.6m 버디 퍼트가 아쉬웠다. 세 번째 홀에서도 이지영은 버디 퍼트를 실패한 후 마크조차 하지 않고 친 60㎝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미국 진출 후 첫 우승이 물거품이 됐다. 이지영은 2월 필즈 오픈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준우승을 기록했다.
페테르센은 올 시즌 두 차례나 어이없이 우승을 놓쳤다.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우승을 빼앗겼고,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4개 홀에서 4오버파를 치면서 모건 프리셀(미국)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쫓기는 자보다 쫓는 자의 마음이 편할 수 있다. 쫓기다 번번이 무너졌던 '역전패의 명수' 페테르센은 이번에는 쫓기던 이지영의 실수로 첫 우승을 안았다. 경기 후 눈물을 흘린 이지영은 "평소에도 성격이 급하다. 너무 서둘렀다"고 후회했다.
이지영과 페테르센은 앞으로 여자 랭킹 1위를 놓고 경쟁할 재목이다. LPGA 투어 최고 수준의 장타에 쇼트게임 능력이 뛰어나고 아직 어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지영은 "첫 대결에선 졌지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LG 노르웨이 지사의 후원을 받고 있는 페테르센은 시즌 상금 순위 2위, 이지영은 5위로 도약했다. 이지영에게 1타 차 뒤진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이정연(28)은 3오버파로 부진, 합계 7언더파 3위에 그쳤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