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당뇨병,잇몸병 … 침 속 당 농도 높아져 세균 쉽게 번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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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당뇨병과 잇몸병(치주질환).' 하나는 우리 국민 400만 명 이상이 환자인 '국민병'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인의 80~9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앓게 되는 '대중병'이다. 그러면서 둘은 함께 발생하기 쉽다. 잇몸병 환자는 당뇨병을, 당뇨병 환자는 잇몸병을 갖기 쉽다는 것이다.

◆당뇨병과 잇몸병은 이웃사촌=잇몸병은 당뇨병을 촉진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치대 칼라 안데르센 박사는 당뇨병 전 단계 쥐들에게 치주염을 발생시킨 뒤 4주간 치주 상태와 혈당을 검사했다. 그 결과, 치주염과 혈당 수치가 모두 악화됐다. 잇몸병을 방치하면 당뇨병으로 이행되기 쉽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당뇨병은 잇몸병을 악화시킨다. 강북삼성병원 당뇨센터 박철영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잇몸병에 걸릴 위험이 3배 이상"이며 "담배까지 피운다면 10배로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또 당뇨병 환자가 잇몸병에 걸리면 잇몸병의 진행 속도가 정상인에 비해 2.6배나 빠르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리스트에 잇몸병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치과의사가 많다.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은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높아 침 안에 당 농도가 높다"며 "이러한 환경이 세균 번식과 치태를 쉽게 만드는 조건을 조성한다"고 설명했다.

또 당뇨병이 있으면 소변으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간다. 이에 따라 침의 분비가 줄어든다. 입 안이 마르면 충치나 잇몸병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된다. 또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백혈구 기능 저하) 잇몸병이 더 빨리 진행된다.

◆당뇨병 환자의 구강 관리법=당뇨병 환자는 금연이 필수다.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입 안을 건조하게 해 잇몸병을 악화시킨다.

당뇨병 환자는 조기진단.치료가 필수다. 잇몸이 붓고 양치할 때 피가 난다면 잇몸병 초기 증상일 수 있으므로 바로 치과에 가야 한다. 이 시기를 놓쳐 잇몸에서 고름이 나오고 치아가 흔들리면 잇몸수술이 불가피해진다.

가장 중요한 구강 관리법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올바른 칫솔질이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작은 상처에도 감염 위험이 높으므로 부드러운 칫솔모를 이용해 잇몸 주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입을 물로 자주 헹궈 음식찌꺼기를 입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 이롬치과 안홍헌 원장은 "당뇨병 환자는 6개월에 한 번씩(잇몸수술을 받은 사람은 3개월에 한 번, 일반인은 1년에 한 번) 별 증상이 없어도 치과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통해 치태.치석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과 치료보다 혈당 조절이 우선=당뇨병 환자가 잇몸병이 있으면 혈당 조절에 애를 먹는다. 잇몸병으로 이가 빠지거나 제 기능을 못해 현미.채소 등 거친 음식과 과일.견과류 등을 잘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소화불량.영양 불균형→혈당 조절 실패→합병증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잇몸이 상하거나 치아가 빠지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는다. 이가 없는 상태로 오래 지내면 치열이 삐뚤어지고, 치태 제거도 힘들어져 잇몸병이 더 잘 생긴다. 임플란트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임플란트 주위 염증 때문에 당뇨병 환자가 꺼린다. 그러나 잇몸뼈에 큰 이상이 없고 혈당이 잘 조절된다면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하다.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류인철 교수는 "혈당 조절이 안 된 상태라면 마취 등을 요하는 치료.수술.임플란트 등을 삼가야 한다"며 "치료받다 세균 등에 감염되면 잘 낫지 않고 드물게는 생명을 잃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내과 의사 등 주치의로부터 'OK 사인'을 받은 뒤에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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