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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로 버려진 논 노인정서 옥토로/청주시 비하동 할아버지 40여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잡초만 무성… 두고볼 수 없다”/작년 300만원 소득… 이웃돕기에
『평생 농사일로 뼈마디가 굵었는데 마을의 전답이 잡초에 묻히는 것을 두고 볼 수야 없지.』
노인정에서 앉아 지내기만 하던 노인들이 부동산투기 등으로 인해 생긴 부재지주들의 유휴농경지를 살리기 위해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청주시 비하동 비하노인정 노인회(회장 이해영·72) 회원 40여명은 3년째 마을주변에 버려진 논 1만6천5백여평방m에 땀을 뿌려 올해도 10일 모내기를 마쳤다.
노인정 회원들이 버려진 논에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90년부터.
당시 청주공단 인근 비하동 일대에는 서울 등 외지인들이 농지를 마구 사들인뒤 버려둔 땅이 늘어나면서 옥토들이 잡초만 무성한 폐허로 변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폐허로 변해가는 문전옥답을 바라만 볼 수 없어 화투·바둑으로 소일하는 대신 한해만 방치해도 못쓰게 되는 논들을 살리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원들은 버려진 논에서 쓰레기를 줍고 못자리를 만들어 첫해 2천여평방m에 농사를 지어 3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비록 큰 수입은 아니었지만 노인들은 일의 보람을 얻었고 계속 힘닿는데까지 버려진 땅에 농사를 짓기로 해 지난해에는 1만5천여평방m에 농사를 지어 3백만원의 소득을 올렸으며 올해도 지난해만큼의 논에 모내기를 한 것이다.
회원들은 농사를 지어 얻은 수익을 회원들의 애·경사,노인정 운영비 등 기금마련을 위해 저축하는 외에 지난해엔 홀어머니를 모시고 학교에 다니는 마을 중학생에게 10만원의 장학금을 준 것을 비롯,불우이웃을 돕는데 쓰고있다. 지난 연말에는 마을 파출소·동사무소에 간식비·난방비 등을 보태주기도 했다.<청주=김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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