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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대비 “호남탈색” 뚜렷/민주 당직개편 어떤 뜻 담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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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온건개혁·참신성 가미 젊은 유권자 겨냥/DJ와 호흡 잘맞는 진용… 이 대표와 의중조절도 고려/최고위원·당직자 서울 편중 호남선 불만
2일 선보인 민주당의 새 당직 인선은 대통령선거에 대비한 포진의 인상이 뚜렷하다. 민주당에 칠해진 호남색깔을 묽게 하려는 김대중공동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당직 핵심인 사무총장에 기용된 한광옥의원(관악갑)이나 원내총무에 발탁된 이철의원(성북갑) 모두 서울지역구 출신(3선)이다.
11명 당직자를 따져보면 지역구의원 출신 8명중 7명이 서울지역 당선자다.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대의원투표로 뽑힌 8명 최고위원중 서울을 지역구로 가진 최고위원이 5명임을 감안할때 이번 당직개편에서 민주당은 대선에서 최대의 승부처로 서울을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호남지역구 출신 유준상의원 등 여러명이 이런 점을 미리 알고 반발,재고를 요청했으나 김 대표의 구상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으로 대통령선거전에서 전면에 호남분위기를 깔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생각은 확고하다. 호남이야 이러나 저러나 틀림없는 지지세력일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신임 당3역은 어느때보다 김 대표와 호흡이 잘맞는 사람들로 짜여 있다.
김 대표가 오래전에 찍은 한 사무총장은 김영삼민자당대표의 핵심측근은 김덕룡총재비서실장과 돈독한 우의를 갖고 있고 지금까지도 양김 대결구도를 이끄는데 적지않은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또 「70년대 신민당」때 이기택공동대표와 함께 신도환계보에 속했던 적이 있어 김·이 공동지도부의 의중을 적절히 조절하는데 적격일 수 있다.
원내사령탑을 맡은 이 총무는 민주계에 속해있으나 작년 9월 야권통합이래 김 대표의 측면지원을 받아 「친김대중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김 대표의 대선필승의지와 이 총무의 개혁과 차세대지도자를 겨냥한 야망이 맞아떨어져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선의 전국구인 장재식의원(신민계)을 정책위의장에 기용한 것은 의외다. 서열을 따지는 정치판에서 그를 정책부분의 간판으로 내세운것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차장·주택은행장 출신인 그를 중용한 것은 김 대표의 「경제대통령 대망론」 추구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관변쪽 경제인사와의 이번 인사로 당이 젊어진 냄새가 난다.
교류를 염두에 둔 듯하다.
한 총장·이 총무는 물론 이해찬(당무기획실장)·유인태(정치연수원장)·강수림(인권위원장)의원은 새 정치와 점진적 개혁을 앞세워 총선에서 당선된 신세대 그룹이다.
이 총무·유 연수원장·이 기획실장은 운동권출신으로 당내 범개혁세력에 속해있다. 김 대표는 참신성과 온건개혁의 색채로 당을 포장해 전체 유권자의 57%에 달하는 20∼30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다.
재야출신 그룹은 김 대표가 중점을 두고 있는 「TV선거전」에 내놓을 카드이기도 하다.
이번 인선에서 신민계와 민주계 사이에 당직배분 구조의 변동이 약간 생겼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 경선에서 민주계가 두자리를 잃은 점을 지적,기존 6대 4 몫나누기 원칙의 변경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다소 진통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이 대표쪽을 감싸안아 5대 5로 나누되 기획실장을 말석에 넣어 당직을 11개로 늘려 6(신민계)대 5로 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호남탈색과 참신성을 보여주려다 서울편중 호남배제를 낳아 호남출신의원들이 앙앙불락하고 있다. 호남출신의원들이 김 대표에 저항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대신 경량급 당직자의 통솔력이 얼마나 먹힐지 관심이다.
당내에는 양계파의 몫나누기때문에 능력·서열을 소홀히 했다는 불만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박진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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