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 지금까지 '거꾸로' 달렸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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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허들 훈련을 받고 있는 이정준(左)이 제36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일반부 110m 허들 결승에서 ‘한국 허들의 간판’ 박태경(中)을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힘차게 허들을 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그동안 잘못 배웠습니다. 한국에서 배운 건 전부 '거꾸로'였습니다."

30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36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일반부 110m 허들에서 우승한 이정준(23.안양시청)은 이렇게 첫마디를 던졌다.

이정준은 이날 13초99를 기록, 한국기록(13초67) 보유자인 박태경(27.광주광역시청.14초04)을 따돌렸다. 난생 처음 박태경을 이긴 레이스였다.

이정준은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육상 진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월부터 중국 상하이 제2체육학교에서 허들 훈련을 받고 있다. 남자 110m 세계기록(12초88) 보유자이자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류시앙이 훈련하는 곳이다. 이정준은 이곳에서 4개월째 류시앙 등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허들을 새로 배우고 있다"며 "솔직히 한국 지도자 중 허들을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거꾸로 배웠다고 말하는 근거는.

"웨이트를 하든, 한 동작을 연마하든 왜 하는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근육을 키우고 많이 뛰는 훈련만 받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커진 근육이 달리는 데 지장을 준다. 마치 짐을 메고 달리는 기분이다. 그런 훈련이 단거리나 허들에 해롭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중국에서는 뭐가 다른가.

"허들 원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빠르고 유연하게 허들을 넘는 것이고, 하나는 신속하게 앞뒤로 체중이동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피드 보강과 함께 골반을 넓고 크게 움직이는 근력 운동이 필수다. 이 두 가지를 위해 웨이트도 하고 스피드 훈련도 한다. 류시앙도 그렇고, 중국의 세계 상위권 선수들은 다른 근력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정준은 처음 상하이에 갔을 때 류시앙에게서 지적받은 내용도 전했다. "몸이 위로 뜨기는 하는데 앞으로 나가는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이었다. 불필요한 근육 때문에 스피드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2011 대구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대비해 이정준처럼 유망한 선수들을 추가로 선발해 육상 선진국에 계속 위탁훈련을 시킬 방침이다.

한편 남자 대학부 100m 결승에서는 이준우(한국체대)가 10초60으로 우승했고, 여중부 꿈나무 강다슬(덕계중)은 12초32로 1위로 골인했다.

고양=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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