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2.0 현장⑦/ 거대한 비즈니스 생태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호 12면

1초에 1812달러의 돈이 오가고 한 해 거래액은 520억 달러. 회원 2억2000만 명에 거래하는 상품 카테고리는 5만 개, 매일 새로 추가되는 경매가 660만 개나 된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경매 시장’ 이베이의 지난해 성적표다. 회원 수를 인구로 생각하면 중국·인도·미국·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5위다. 거래액을 국가 국내총생산(GDP)으로 간주하면 58위로 베트남(513억 달러)을 앞선다. ‘이베이 왕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베트남 GDP 뛰어넘는 ‘이베이 공화국’ #작년 거래액 520억 달러, 회원 2억2000만 명… 한국 G마켓도 한해 거래액 2조원 돌파

1995년 컴퓨터 프로그래머 피에르 오미디어가 ‘옥션 웹’을 만든 지 12년 만의 성장이다. 오미디어는 옥션 웹에서 자신의 고장 난 레이저 포인터기가 팔리는 것을 보고 경매 사이트가 온라인 거래의 새 장(章)을 열 것으로 확신했다. 97년 이베이로 명칭을 바꾸고 이듬해 멕 휘트먼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휘트먼 취임 당시 33명이던 직원은 1만1000명으로 불었다.

이베이가 바로 웹 2.0

이베이는 ‘열린 장터’를 지향한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구분 없이 누구든지 와서 물건을 사고파는 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방성은 웹 2.0의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베이코리아 마케팅팀 홍윤희 차장은 “영세 상인들도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자기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이베이의 개방성은 ‘참여’를 이끌어냈다. 참여로 더 많은 상품이 이베이에 쌓이기 시작했다. 상품 수가 많아지자 더 많은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바로 ‘네트워크 효과’다.

이베이가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피드백 시스템’과 ‘커뮤니티’에 있다. 피드백 시스템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거래 후 서로에게 남기는 평가를 말한다. 상대방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면 1점, 보통이면 0점, 나쁘면 마이너스 1점을 주는 방식이다. 거래를 성실하게 잘 할수록 점수가 쌓인다. 피드백 점수는 모르는 사람과 거래할 때 서로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저절로 정보가 정화되는 것이다.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준기 교수는 “어떤 규제 아래서 질서가 잡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참여하면서 목표를 향해 가고 그 와중에 신뢰를 쌓아가는 웹 2.0의 이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0가지 질문을 하면 4000개의 답을 얻을 수 있는 활발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우리 모두의 힘’이라고 부른다.” 멕 휘트먼 사장은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베이의 성공요인을 참여와 신뢰 두 가지로 설명했다. 참여·공유·개방이라는 웹 2.0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주장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아마존의 생태계

사용자의 참여를 끌어내 사이트를 풍성하게 만든 또 다른 온라인 쇼핑 사이트로 아마존이 있다.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가 1994년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을 만들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아마존’이란 이름을 붙였다. 아마존은 고객의 제품 사용 후기를 저장하고 분류해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의 참여가 정보를 만들고 그 정보가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아마존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성호 수석연구원은 “아마존은 댓글을 자산화해서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그에 따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베이·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히 이베이는 참여를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는 초기 정신을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음 카페 ‘이베이 최강’을 운영하고 있는 어수훈(40·미 뉴저지주)씨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이베이를 거치지 않고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의 e-메일 주소가 노출되는 것을 막는 등 요즘 이베이가 문단속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G마켓·옥션 치열한 다툼

한국 오픈마켓의 경우 옥션·G마켓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1998년 4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 경매시장을 선보인 옥션은 현재 회원 1600만 명으로 선두를 달린다. 매출액(고객이 내는 수수료)은 2005년 1581억원에서 2006년 1621억원으로 증가했다.

2000년 4월에 설립된 G마켓은 회원 1100만 명으로 옥션에 뒤지지만 매출액이 2005년 703억4000만원에서 2006년에 1541억원으로 늘었다. G마켓은 지난해 온라인 쇼핑 업계 최초로 연간 거래액 2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에서 오픈마켓은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열린 시장’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G마켓·옥션 등의 오픈마켓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단순히 가격경쟁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의 웹사이트 ‘오픈마켓공식정보센터’ 김선기 운영자는 “커뮤니티가 없으면 오픈마켓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구매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한국 오픈마켓 시장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