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총선명세서/선거비용 84%가 전국구 헌금(정치와 돈:9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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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공천착수금 등 공개 안된 부분 많아 정확도 의문/주간연재
민주당이 지난 6일 3·24 총선때 사용한 정치자금 명세서를 공개했다.
2백49억3천만원을 거둬 2백33억원을 썼다는 내용으로 민주당은 『이를 공개한 것이 우리 정치사에 처음있는 일』이라고 자랑했다.
수입내용은 전국구 후보들이 낸 특별당비가 2백10억원으로 무려 84%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구 후보들이 돈을 내지않으면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규모다.
다음으로 ▲중앙선관위에서 준 국고지원금 24억원 ▲비지정기탁금 15억원 ▲특별당비를 은행에 잠시 맡겨둔 이자수입 5백57만원이다.
이중 12억원이 아직 미납상태여서 실제 들어온 수입은 2백37억원.
이같은 액수는 민자당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이지만 총선 때 돈관리 보조역을 했던 조승형비서실장은 『야당 사상 이렇게 풍족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중 뭉칫돈을 내 당선된 전국구 후보는 ⑦번 신진욱(8대의원·협성교육재단 이사장) ⑧김옥천(무등산관광호텔 대표) ⑩이동근(현 전국구의원·월간옵서버대표) ⑪국종남(대일필름 대표) ⑫김충현(예식장 경영) ⑬강희찬(삼양실업 대표) ⑭박정훈((주)대우상무) ⑮박일(전의원)씨 등 8명.
이들의 「전국구 티킷」은 공정가 30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누가 얼마를 냈는지는 아직 「대외비」사항.
비공식으로 알려지기는 티킷가격이 똑같은게 아니고 35억∼15억원까지 들쭉날쭉하며 상위순번이라고 반드시 많이 낸게 아니라는 것.
가장 많은 35억원을 낸 사람은 강희찬당선자이고 다음은 김옥천당선자로 알려져있다.
박일당선자는 전국구 공천의 관문인 외부영입인사·당료출신 케이스에 끼이지 못해 대신 헌금케이스로 들어가되 정치경력을 인정받아 전국구 입장료를 깎았다는 후문.
그는 가장 적은 15억원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30억원 수준이라는 것인데 박정훈당선자도 정치입문을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인 덕분에 그의 티킷가격이 인하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이들 8명중 김대중대표의 신민계 추천을 받은 당선자가 김옥천·이동근·국종남·박정훈·박일씨며 이기택대표의 민주계 자금창구를 거친 후보가 신진욱·김충현·강희찬씨. 신민·민주계가 5대 3 비율이다.
그러나 이중 2명이 돈을 덜내(12억원) 마무리가 되지않은 상태다. 『미납분중 9억원은 9월까지 들어올 예정이고 다른 3억원은 6월까지 채워질 것』이라는게 당 사무처의 설명이다.
조 실장은 이들의 품위를 염두에 뒀는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는데 L씨와 하위순번의 P모씨가 문제의 미납자로 전해지고 있다.
그 사유는 당초 「계약 당시」의 커뮤니케이션 미흡과 돈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있다는 것.
이와 함께 당 일각에서는 공천헌금과 별도로 일정액을 「착수금」조로 냈을 것이라는 애기도 있다. 「공천티킷」을 따는 전단계의 작업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무작정 돈만 싸들고 양대표의 문전을 두드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 공천 당시 현 전국구 의원 한사람이 50억원을 싸들고 왔으나 전국구 재공천 금지 원칙에 걸려 탈락한 사례를 따져보면 공식헌금 액수 외에 「플러스알파」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왕설래 되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티킷값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털어놓지 않아 명세서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과 전국구 팔아먹기의 비난을 면하기 위한 공개라는 혹평도 있다.
어쨌든 이렇게 조달한 돈으로 선거를 치렀고 2백37개 지역구 후보자 지원금으로 가장 많은 1백97억원이 지급됐다.
후보자 지원금은 당선가능성·수도권지역 등 전략지역에 우선적으로 배분돼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1억1천만원 수준이라는게 정설.
김 대표의 아성인 호남지역엔 당연히 적고 서울 등 수도권 후보들이 많이 썼다는 것이다. 취약지역인 부산도 서울 못지 않게 「지원」이 있었는데 성적이 형편없었다는게 신민계의 불만이다.
후보자 지원금도 당에서는 상세히 밝히지 않고있다. 이 역시 김 대표의 각 위원장에 대한 「신뢰도」와 「편애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
김 대표는 당 공식지원금과 별도로 「특별관리지역」위원장에게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챙겨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보자 지원금을 빼고나면 크게 들어간데라곤 중앙당 홍보비(15억원)·유세지원비(9억2천만원) 정도다.
그만큼 알뜰살뜰 선거살림을 꾸렸다는 것이며 그속에서도 4억3천만원을 남겼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총선후 당운영에 써버려 현재 『당 재정이 바닥났다』는게 현 민주당의 현금사정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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