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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고속전철/「경부전철」과 건설조건 비슷 큰 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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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건설비·공해논란속 개통/88년 불서 시공… 공사비 70% 초과/1등석은 항공료 보다 운임 비싸
스페인 고속전철 아베(AVE)가 92세빌랴 국제종합박람회 개막일인 지난 20일 개통돼 운행에 들어갔다.
외국기술로 건설된 AVE는 우리나라가 추진중인 경부고속전철과 여러가지 점에서 유사성이 많아 고속전철사업자 선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도 관심거리가 되고있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와 서남단 안달루시아 주도 세빌랴를 잇는 이 고속전철의 총길이는 4백71㎞로 경부고속전철보다 약간 길다.
이를 상업속도 시속 2백50㎞(최고시속 3백㎞)로 주파,약 2시간50분이 소요돼 속도면에선 경부고속전철 계획보다 다소 뒤지는 셈이다.
세빌랴엑스포에 맞춰 고속전철 건설을 결정한 스페인정부는 88년 차량방식을 국제입찰에 부쳤다. 경부고속전철과 마찬가지로 프랑스·독일·일본 세나라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프랑스로 낙착돼 프랑스 TGV제작사인 젝 알스톰사가 차량 제작 및 기술제공을 맡았다. 건설지역에 산악과 구릉지대가 많은 것도 우리나라와 비슷,31개의 교량과 17개의 터널(총 16㎞)을 건설했다.
건설을 둘러싸고 심각한 논란이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 가장 큰 반대이유는 물론 막대한 건설비였다. 단일공사로 스페인 역사상 최대규모로 평가되는 이 고속전철 건설을 위해 당초 스페인정부가 책정했던 총공사비는 2천6백20억페세타(한화 약 2조원). 과연 이 정도의 거액을 사업성도 희박한 철도건설에 쏟아부어야 하는가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앞으로 건설될 유럽고속전철망에 대비하고 낙후된 안달루시아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불가결한 투자라고 주장,건설을 강행했다.
그러나 눈여겨볼 사실은 실제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사비는 당초 예상액보다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총 4천4백80억페세타(약 3조4천억원)로 당초 계획보다 무려 70% 정도나 늘어났다(경부고속전철의 예상건설비 5조8천억원보다 훨씬 적은 이유는 토지수용경비가 적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페인 국영철도측은 엑스포개막에 맞춰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 지출이 늘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8년초 공사가 시작돼 완공까지 불과 4년반이 소요됐다.
『그 돈이면 올림픽을 세번이나 치를 수 있고 대학을 75개나 신설할 수 있다』(스페인 시사주간지 캄비오)는등 투자효율성에 관한 비판은 개통이 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철도건설로 인한 농경지 잠식에 항의하는 주민들과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보호론자들이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였다. 또 고속전철운행에 따라 서로 주변지역에서 전화통화시 잡음이 생기는등 통신장애문제가 발생,이를 둘러싸고 스페인국철과 국영 통신공사가 마찰을 빚고 있다.
당초 24편의 고속전철 제작을 계획했던 스페인국철은 공사비를 감안,이를 16편으로 줄였다. 처음 4편은 프랑스의 젝 알스톰사가 프랑스에서 완전제작했고,다음 4편은 동력장치만 젝 알스톰사로부터 공급받아 스페인에서 제작됐으며,나머지 8편은젝 알스톰사가 제공한 기술로 스페인이 자체 제작했다.
스페인국철은 개통 첫해인 올해 약 1백60만명이 고속전철을 이용하고 내년에는 이용객수가 3백60만명으로 늘어나 개통초기부터 순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금은 1등석의 경우 마드리드∼세빌랴 편도에만 1만6천5백페세타(약 12만5천원)로 높게 책정했다. 이는 같은 구간의 편도항공료 1만2천페세타와 비교해서도 비싼 편이다. 승객의 대부분을 수용하게 될 관광석(3등석)은 6천페세타(약 4만5천원). 육로로 7시간거리를 편하게 2시간반만에 가는 걸 생각하면 비싼게 아니라고 스페인국철은 설명하고 있다.
논란많은 스페인고속전철의 타당성은 앞으로의 사업실적에 의해 판정될 것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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