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3500억불' 규모 중국 금융시장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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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지난 21일 위안화 예금·대출 서비스 시장을 개방, 4조35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의 거대 금융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국내외 은행들간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씨티은행, HSBC, 스탠다드차터드, 동아시아은행이 외국계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위안화 예금·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1980년대 중반 외국계은행 지역 사무소가 중국 상하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지 20여년 만이다.

HSBC 차이나 최고 경영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당시 약속했던 사항을 이행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드디어 거대 시장이 열렸다"며 중국정부의 조치를 반겼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은행 예금은 33조5000억(4조3500억달러)위안이다. 이중 절반이 가계저축이다. 최근 시중 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예금 증가율이 15%로 전년(18%)보다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외국계 은행들은 중국의 부유층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는 전했다. 우선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동아시아은행은 지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예금 평잔 5000위안 이상인 고객에게는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일반 고객들은 매달 10위안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씨티그룹의 문턱은 이보다 훨씬 높다. 씨티그룹은 예금평잔이 10만위안 이상인 고객에게만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들이 수십만개의 지점을 가진 중국 은행들의 막대한 영업망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외국계 은행들의 지점 수는 100여개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HSBC 관계자는 "일부 부유층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결정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문제다. 외국계 은행들은 예대금리를 정할 때 인민은행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

WSJ는 "외국계 은행들이 가까운 시일 안에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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