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김치 같은 "한국에 반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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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발레리 사리체프-.올해나이 32세의 그는 구 소련 축구국가대표출신의 베테랑 GK다. 큰 키를 이용한 로빙볼 캐치는 불론 다이빙캐치 또한 뛰어나 소련축구계에선 신화적인 GK 레프 야신 이후 최고의 수문장으로 각광을 받았었다. 86년엔 소련 최우수GK로 뽑혀「소련 컵」 을 수상했으며 91년에는「1백1게임 무실점」이라는 경이적인 대기록을 수립함으로써 소련GK 최고의 영예인「야신클럽」정회원으로 가입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런 그가 한국 프로축구일화의 수문장으로 변신, 지난달 28일 개막된 92프로축구대회에서 선두 일화의 철통수비를 이끌며 맹활약하고있다. 사리체프를「스포츠초대석」에서 만나 구 소련축구의 어제오늘을 짚어보고 한국생활에 얽힌 뒤 얘기를 들어본다.
-한국생활이 3개월 째(1월 27일 내한) 접어드는데요.
▲짧은 기간이지만 비교적 쉽게 적응하고 있어요. 함께 온 아내(올라 사리체바·29)나 두 아이들도 낯선 이국생활에 모두들 만족해하고 있어요. 사리체프는 슬하에 딸 올라(8·신용산초교 편입)와 아들 제냐(5)를 두고 있으며 구단 측이 제공한 서울 동부이촌동 복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진출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요.
▲당시 제가 속해있던 토르비도팀(82년 입단)은 구 소련축구의 상위팀이었는데 평소 알고 지내던 스파르타크팀의 로만체프 감독의 소개로 한국 행을 결심하게 됐지요. 한국 행의 주선은 소련선수의 창구를 맡아온 하나유니버설을 통해 전격적으로 이뤄졌어요.
-일화의 입단조건은 어떤가요.
▲계약기간은 2년(92-93년 시즌)으로 월4천 달러씩 연봉 9만6천 달러(약6천7백만 원)에 주택 및 승용차제공이 전부입니다. 승리수당 등 각종 수당은 불론 별도이고요(이 같은 대우는 국내 진출 동구권 용병선수 중 최고수준에 해당한다).
-초반 세게임을 치른 소감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수준이 높은 것 같아 한때 당황했습니다만 지금은 괜찮아요. 다행히 초반이긴 하나 팀 성적도 좋아 자신감을 갖고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심판판정이 엄격하지 않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어요.
-소련축구와 한국축구를 비교한다면.
▲소련축구가 클럽중심인데 비해 한국축구는 학교 또는 기업체 중심인 게 다르죠.
또 훈련방식에서도 소련은 어릴 때부터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방해 한국은 엄격한 규율 속에 강도 높은 훈련을 요구하는 것 같아 대조적이랄 수 있습니다.
-한국축구에 대한 충고가 있다면.
▲우선은 시야를 넓히는 노력이 있어야한다고 봐요. 이를 위해서는 외국의 유명 팀들과 교환경기를 개최하는 등 잦은 교류를 갖는 게 바람직하고 외국선수들에게도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게 필요합니다.
-여가는 어떻게 지내는지요.
▲록음악을 즐겨듣고 게임이 없는 날은 식구들과 함께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즐거움이지요(사리체프는 자신은 김치 등 톡 쏘는 듯한 한국음식을 좋아하나 부인이 아직 담글 줄을 몰라 인근 슈퍼마켓에서 구입해 먹는다).<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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